“OS를 PC와 따로 구매하면 같이 구매할 때보다 거의 10만원 가까이 비쌉니다. 경쟁도 좋지만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처음에는 부담일 수 있지만 경쟁이야말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 아닙니까.”
행정자치부가 운용체계(OS) 분야에서도 공정 경쟁을 일으키기 위해 지난 9월 다기능사무기기 규격을 개정하면서 OS를 필수항목에서 선택항목으로 바꿨다. OS가 없는 이른바 깡통P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행자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려고 한다. OS를 규격에서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행자부가 다기능사무기기 규격에서 OS 항목을 제외하면 어떤 OS건 행정업무용 적합성 시험만 통과하면 공급이 가능해진다. 몇몇 항목으로 압축해 놓았던 OS 가이드마저 빼서 OS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기업에 의존해온 폐해를 아는 쪽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공정한 경쟁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기업이 국산화에 성공했을 때 외산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숱하게 목격하지 않았느냐며 거들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당장 불어날 예산을 어떻게 감당하겠냐는 것이다. 업계뿐 아니라 당장 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의 반발도 거세다. OS를 따로 구매하면 사용자가 이를 일일이 설치해야 하고 또 문제가 생기면 AS 담당자를 찾기 힘들 수도 있는데 반대할 수밖에 없다.
행자부는 ‘누군가는 칼을 빼야 하는 일’이라며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인 셈이다.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고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와도 연관이 돼 있기 때문이다. 답을 찾지 못하면 ‘공정한 경쟁’이라는 항변은 묻힐 수 있다.
먼저 출발한 사람이 먼저 도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공정한 경쟁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기왕 일을 벌이기로 자처했다면 공정한 경쟁이 온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솔루션팀>문보경기자@전자신문,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