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21](178) 가상세포

 컴퓨터에 사는 ‘가상세포’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시대가 됐다.

 가상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수많은 과학자가 낸 실험 결과를 모으고 정리해 DB로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정보, 유전자-유전자·유전자-단백질·단백질-단백질 관계 같은 상호관계를 조합해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든 시뮬레이터가 바로 ‘가상세포’다.

 과학자의 정밀한 실험 결과가 더해질수록 가상세포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은 실제의 세포와 더 정확히 닮아가게 된다.

 대표적인 가상세포는 일본 게이오대학이 개발한 ‘E-세포’와 미국 코네티컷대학이 개발한 ‘버추얼 세포’ 등이다.

 우리나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팀도 다양한 신종 미생물의 가상세포를 만들어 대사공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생물의 대사 특성을 바꿔 인간이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대사공학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대사공학은 우연히 만들어진 돌연변이 미생물을 찾아 증식시키는 방법을 썼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미생물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유전자가 변형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추가 연구를 수행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가상세포를 이용하면서 이런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지난 4월 이 교수팀은 대장균의 가상세포인 ‘MBEL979’를 사용해서 ‘발린’을 만드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발린은 사람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9가지 중 하나로 몸에서 직접 만들지 못해 음식이나 약으로만 섭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