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사업 조정 등으로 디스플레이사업 재정비에 착수했다.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 격화에 따라 수익성이 불투명해진 사업부를 구조조정하는 한편 비슷한 사업부를 한 곳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연말 조직개편을 앞두고 디스플레이 계열사의 역할 재조정이 가시화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 합병과 매각으로 건전성 강화=삼성그룹은 그동안 수익이 악화된 계열사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섰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코닝과 연내 합병을 완료하기로 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이번 합병으로 기존 LCD 기판유리사업과 삼성코닝의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사업을 합쳐 디스플레이 종합 부품·소재기업으로 재도약할 계획이다. 그동안 브라운관 유리시장 쇠퇴로 만성 적자에 허덕여온 삼성코닝도 합병으로 실적이 크게 호전된 부품·소재사업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PDP와 브라운관사업의 수익 악화로 고전해온 삼성SDI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수원사업장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매각대금 1611억1200만원으로 사업장 철수를 진행 중인 부산 브라운관공장 구조조정 비용과 신 수종사업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사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 맞교환으로 통합 시너지=LG그룹은 흩어진 사업부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는 LG마이크론과 사업 맞교환으로 PDP 관련사업을 LG전자로 통합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G마이크론에 인쇄회로기판(PCB)사업을 넘기는 대신 LG마이크론의 PDP후면판(PRP)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PDP사업 일원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 조치인 셈이다.
LG는 이와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으로 각광받는 AM OLED사업을 LG필립스LCD(LPL)로 일원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LG전자의 OLED사업부를 연내 LPL로 넘겨 삼성에 비해 뒤처진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경쟁력 없는 사업 퇴출 잇따를 듯=삼성과 LG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 맞춰 경쟁력 없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반면에 디스플레이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에는 자원을 몰아주면서 보다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코닝을 흡수합병한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삼성코닝이 전개해온 PDP 부품·소재사업을 기반으로 단번에 LCD에서 PDP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LG전자로부터 OLED사업부를 넘겨받은 LPL 역시 AM OLED사업화가 급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삼성코닝과 LG전자 OLED사업부가 결국 합병으로 사라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는 기업이나 사업부는 언제든지 퇴출될 수 있는 관행이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PDP사업부를 일원화한 LG전자도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없을 경우 매각이라는 극단적인 시라리오까지 전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개편에 착수한 계열사는 중복 사업부나 조직 통폐합으로 인력 재배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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