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환경에 내몰리면서 일찌감치 사양길에 빠져들었던 데스크톱 PC가 최근 효자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래 들어 PC 제조사들의 신제품 경쟁이 노트북에 집중되면서 오히려 동급 사양의 데스크톱 PC가 제조사 공급가나 실제 판매가격에서 더 높은 마진율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과 브랜드(제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데스크톱 PC는 한때 사양산업으로까지 치부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들이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에서 데스크톱 PC는 비슷한 사양의 노트북 PC에 비해 이익률이 많게는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C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판매한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비교하면 평균 마진율이 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라며 “아직 데스크톱의 시장 규모 또한 노트북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이는 노트북 PC 시장의 경우 국내외 브랜드를 합쳐 10여개 이상의 제조사가 난립하면서 갈수록 경쟁이 과열되는 반면, 데스크톱 PC 시장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와 일부 중소 업체들이 살아남아 사실상 시장을 ‘정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상을 방증하듯 최근 인기를 끌었던 노트북 제품과 데스크톱 PC의 가격 하락폭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kr)에 따르면 삼보컴퓨터의 ‘에버라텍 6800’ 모델의 경우 지난 7월 87만원이었던 최고 가격이 이달 들어 76만원대로 급락하면서 최저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비해 데스크톱 PC 인기 기종인 LG ‘엑스피온 X820P’ 모델은 지난 6월 117만원대였던 최고가가 다섯달 지난 현재까지 110만원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최저가와의 격차도 10만원대 수준이다. 특히 삼성 매직스테이션 DM-Z59A 기종은 지난 6월 115만원대였던 최고가가 이달 들어 120만원대로 치솟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용산지역 대형 PC 대리점인 티앤티정보 신광섭 사장은 “올 들어 데스크톱의 가격 탄력성(하락폭)이 노트북에 비해 둔화되면서 일정 마진이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최근 노트북 시장이 더욱 과열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전체 내수 PC 시장규모는 총 450만대 이상. 이 가운데 데스크톱 PC는 70% 가까운 300만대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최근 PC 시장 전반의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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