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이헌규

[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이헌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인력 선발을 통합하고, 신입 연구원 때부터 교육을 함께 시키면 자연스레 인력 교류가 원활해져 이공계 ‘벽’이 무너질 것입니다.”

 이헌규 원자력통제기술원장(52)이 바라보는 이공계 현안,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 인력 교류에 대한 기본 해법이다. 인력 교류가 이뤄지면 2단계로 조달체계의 일원화 등을 통한 업무 비용 절감 및 운영 효율 극대화의 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

 언제든 신선한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과기 정책 브레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원장은 인터뷰 내내 과기정책이나 경영, 나아가 인문, 사회 문제에 까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논리적으로 과기계 현안을 풀어냈다.

 “매년 출연연이 선발하는 500여 명의 인력을 한꺼번에 선발하게 되면 당장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우수인력도 몰릴 것이고, 능력대로 각 기관에 배치한다면 각 출연연에서는 우수 인력 선발할 수 있어 좋고, 해당 부서 행정력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이 원장은 이 같은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의 말을 빌어 융합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이공계 R&D의 방향부터 거론했다.

 민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최근 대덕특구본부 초청 강연에서 ‘미국서 공부할 때 전공은 조선공학이면서 기계와 항공 분야 공부도 함께하라는 지도교수 조언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조선 부문은 유체나 항공학이 60%이고 실제 배만드는 기술은 40%의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 융합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원장은 이어 “이공계 문제를 한 분야서 풀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을 던졌다. 적어도 일류 대열에 들어가려면 정보기술에 나노, 바이오를 합친 융합기술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외국의 큰 연구소 인력은 5000명이나 되지만, 대덕특구 연구인력은 다 합쳐 봐야 1만 6000여 명입니다. 협력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대응책으로 연구원을 뽑는 시점부터 통일해보자는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기관을 돌며 수습기간을 공동 교육으로 위탁한다면, 상호 간 휴먼 네트워크가 생길 것입니다.

 “재충전 교육도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는 이 원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나라가 우수 기초, 원천연구 강화도 좋지만 우선 해외 우수 과학자가 와서 일할 장비 등 연구환경 조성도 필수”라고 언급했다.

 사실 서울대 전자공학과 73학번으로 졸업하고, 다시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부를 다시 다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이 원장이 공무원이 돼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도교수가 공부를 계속할 것을 제안했고, 기술변화 시대에 자신의 경쟁력이 뭔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 원장은 “지금 과기부 후배들을 보면 과장이나 국장은 달겠지만 더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그럼에도 공무원을 계속하는 것은 공무원 직업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그럴 경우 자기개발이 필수”라고 충고했다.

 “미국은 관료와 전문가 사이를 오가며 직책을 맡지 않습니까. 우리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기개발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는 1급 진급이 너무 빨리돼 자리 비켜 줄 때를 고민해야하는 게 힘들었다는 지난 소회도 나타냈다.

 이원장은 경영과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원의 염원을 담아 국제부문에서 롤 모델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리 기관이 정부에 대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이제는 시스템보다 메커니즘 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생모토=-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그런 교육을 대학 현장에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진로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하느님이다. 지금까지 삶을 이끌어 왔던 원동력은 신앙의 힘이었다. 개인적으로 대전 기독교 기관장협의회 공동의장과 대전 성시화운동홀리클럽 대덕특구회장을 맡아 역할에 소홀히 하지고 있다.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변화는 이공계의 숙명이다. 기술자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고집하는 폐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역을 고착화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주요 이력

△73년 경남 진주고 졸 △76년 기술고시 △77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 △81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졸 △99∼2000 과기부 원자력국장 △2000∼2001 과기부 과기정책실장 △2001∼2002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 △2002∼2005 국립중앙과학관장 △2007∼현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국제핵물질관리학회 한국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