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25층에 자리한 인트로모바일. 창가 옆 그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이창석 사장(38)은 두께 5㎝ 정도 돼 보임직한 책 앞표지 뒷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다음달 11일 217명 직원에게 나눠줄 책에 직접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네요.”
무슨 책인지는 미리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세계시장에 대한 동시대적 통찰력’이 손에 든 그 책의 주제라고만 말했다.
빠른 시장변화를 특징으로 한 모바일솔루션 분야에서 유일하게 해외시장에까지 두각을 나타내는 인트로모바일의 분위기를 엿보는 듯한 대목이다.
인트로모바일은 설립된 지 불과 6년밖에 안 됐지만 올 한 해 국내에서 출시된 소프트웨어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로 우뚝 섰다. 모바일 분야에서만 독보적인 기술개발을 고집해 온 이 사장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그가 꺼낸 얘기의 주제 역시 모바일소프트웨어다.
그가 휴대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96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상품기획팀에 근무하며 휴대폰 신상품 개발과 시장개척을 담당했다.
벽돌만한 핸드폰만 가져도 자랑스러웠던 그때 휴대폰을 경량화할 수 있는 부품이나 신기술 소프트웨어를 소싱하기 위해 해외 5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물론 제품이 개발된 뒤에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시장개척도 그의 업무리스트에 포함됐다.
“휴대폰의 기능은 1년 전에 검증이 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지만 동시에 제품 라이프사이클은 빨라 늘 신기술을 내야 한다는 시달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20개 이상의 신기술을 접하고 브라질·중남미·미국·아시아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기획에 올인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그가 이뤄낸 성과도 있었다. ‘SCH410’라는 폴더형 모델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해외 판매에서 모토로라를 눌렀던 것이다. 사실상 ‘애니콜신화’의 한 부분을 이 사장이 만들었던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의 마음 한곳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휴대폰에서 음성은 점차 기본기능으로 전락하고 데이터를 쓰는 요구가 확대되는 시점에서 주요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데 그의 고민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국내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막대한 로열티는 차치하고라도 기술력에서 뒤질 이유가 없는 국내에서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일을 저지른다. 2000년 그는 과감히 인트로모바일을 설립하고 직접 모바일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그는 기존 해외에 가진 영업망을 총동원,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지금까지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며 15명으로 시작한 인트로모바일은 이제 217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성공한 중견 솔루션 업체 반열에 올랐다.
이 사장이 직원에게 선물할 책의 주제 ‘세계시장에 대한 동시대적 통찰력’이란 것은 바로 인트로모바일의 경영스타일이다.
그가 제시하는 인트로모바일의 차별점은 ‘풍부한 아이디어’와 ‘해외시장 선도’ 두 가지.
인트로모바일은 보편적인 업체에서 중시하는 ‘근태’라는 단어가 없다. 근무태도보다는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아이디어를 더 요구한다.
“모든 회의와 워크숍은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모바일 시장의 생명은 아이디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변화 아니겠습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를 향한 집요한 그의 요구는 직원들에게 근태관리 못지 않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테마 역시 만만치 않다.
인트로모바일에는 ‘100일 초수, 200일 중수, 250일은 지존’이라는 말이 있다. 숫자는 일 년에 해외에 나가 지내는 일수를 얘기하는 것으로 직원의 상당수는 중수에 해당한다.
“국내에도 이통시장을 선도하는 3대 이통사와 와이브로와 같은 세계표준을 제시한 KT 등 세계적 기업이 있어 이들 업체와의 공동노력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기술을 해외 이통사에 팔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트로모바일의 중장기 로드맵입니다.” 이 사장 본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인프라밸리와 합병작업을 마무리 중인 가운데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국내 최고로 인정받으면서 그는 이제 큰 꿈을 안게 됐다. 한마디로 해외 유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와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오픈웨이브·텔레카·컨버스 등 종업원 500∼1000명에 시가 총액 1조원 되는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췄습니다. 3G에서 멀티미디어 푸시로 바뀌는 모바일 패러다임을 선도, 3년 안에 이들 업체 대열에 합류하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국내 모바일솔루션 산업을 위한 조언도 내놓았다. 국내 이통 3사에서 기꺼이 국내 기술을 도입, 토종 업체를 육성하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주문한다. 토종 솔루션 기업이 망하면 결국 외산을 사용해야 하는 결과에 봉착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본의 액세스를 보면 NTT도코모에서 투자를 했지만 케이디디아이 등 경쟁사에서도 액세스의 매출을 만들어줬습니다. 우리 현실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것이 바로 전문업체가 규모 있는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1996.2 :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2001.4 삼성전자
2002.10 현재 인트로모바일 / 대표이사
2004.12 정보통신부장관 표창
2006. 1 IR52 장영실상
2006.11 제6회 모바일기술대상
2006 신소프트웨어상품대상 정보통신부장관상
2007. 4 VISION2007 대한민국혁신기업대상
2007. 7 제14회 멀티미디어기술대상 정보통신부장관상
2007.11 제7회 모바일기술대상 SKT사장상
2007.11 2007년 신소프트웨어연말대상 대통령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