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에 한의학적인 치료가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한의학은 몸과 마음의 흐름을 일체로 파악하여 치료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우울증은 가볍게 회복되기도 하지만, 심하면 매우 무기력해져서 침상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울증과 약간 다르게 조증(躁症)과 우울증(憂鬱症)의 상태를 반복하는 조울증(躁鬱症)도 있다. 이것은 정신이 흥분된 상태와 우울한 상태를 반복하는 것인데, 흥분된 상태일 때와 우울한 상태일 때가 너무 달라서 주변 사람들이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많아진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증상에 따라 나눈 것이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가벼운 우울 증상으로 시작해서 점차 조울(躁鬱)이 반복되는 상태가 되고 이것이 지속되다가 어느새 마음과 생기가 많이 지치면 마음의 활동이 영 적어지고 꼼짝하기 힘든 심각한 우울증상이 오기 쉽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조울증과 우울증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마음과 몸에 활력이 생기게 하는 동시에 안정을 도모한다. 특히 조울증의 증상이 심할 때는 심신의 안정에 비중을 더 두게 된다. 여기서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보약(補藥)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신의 안정’ 또한 서양의학의 신경정신과적인 치료같이 정신을 직접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을 꼭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우울한 상태에서는 기운이 지치고 위축되어 갇혀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기운을 펼쳐주고 살려주는 의미의 약을 쓸 수 있다. 길경(桔梗)·인삼(人蔘)·계지(桂枝)·천궁(川芎)·석창포(石菖蒲)·원지(遠志)·황기(黃耆)·향부자(香附子) 등등, 상황과 사람에 맞게 얼마든지 다양한 약재들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소화제에 해당하는 약재도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화제에 해당하는 약재들의 특성이 속을 풀어 내리는 것이어서 우울증에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