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장기호 프론티어솔루션 사장(4)

 2003년 오라클 파트너 서밋 행사에 참가한 장기호 프론티어솔루션 사장(앞줄 오른쪽에서 여덟번째).
2003년 오라클 파트너 서밋 행사에 참가한 장기호 프론티어솔루션 사장(앞줄 오른쪽에서 여덟번째).

 ④프론티어솔수련 설립

 언스트영한국이 캡제미나이에 인수된 후 직원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10여년 이상을 미국 글로벌 컨설팅회사(딜로이트·언스트영) 경영체계에 익숙해 있던 직원은 캡제미나이의 조직체계·운영방법·경영철학·임직원의 의사 반영 등 모든 것에 낯설어했다. 새로운 체계에 대한 이해 및 홍보 등의 적응기간 없이 하루아침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캡제미나이에 인수된 2000년 5월말 이후 몇 개월만에 컨설턴트의 30%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계속적으로 주요 컨설턴트가 이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진통을 겪으면서 컨설팅 조직을 인수하는 회사는 상당시간 유연성과 인내심으로 피인수회사 임직원을 이해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필자 역시 2000년 6월에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후 3∼4개월 허송세월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당시 54세였던 필자는 몇 년간 영업을 도와주다 은퇴를 하거나 혹은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10년 이상을 컨설팅사업으로 바쁘게 일해온 필자는 회사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특별한 기여 없이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생각끝에 컨설팅회사를 오래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브랜드의 컨설팅회사를 설립·운영하는 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없는 신설 컨설팅사에 고객 확보가 가능할지 컨설턴트 확보와 양성이 원활히 될 수 있는지 등 걱정이 앞섰다. 한 달 간을 고민한 끝에 캡제미나이를 사직하고 회사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2001년 1월에 언스트영 출신의 8명의 컨설턴트와 같이 프론티어솔루션을 설립했다. 이때 참여한 사람이 만 7년이 돼가는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는 권정자 부사장·박철범 상무·강원석 상무 등이다. 설립 후 1년 간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문인력 확보였다. 그 결과 2001년 말까지 SAP와 오라클 ERP·PI·ISP·CRM 분야에서 30여명의 컨설턴트가 합류했다.

 창업 초기엔 글로벌 컨설팅사의 하도급 자격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곧바로 리젠트증권·브릿지증권 등의 프로젝트를 프론티어솔루션 이름으로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첫 해 솔루션 개발에도 투자했는 데 SAP에 적용되는 보안 솔루션을 자체 개발, SAP 독일 본사 인증을 받았고 CRM의 SFA 솔루션도 자체 개발했다. 2001년의 매출은 23억원이었다.

 설립 이듬해인 2002년 글로벌 컨설팅사의 하도급 프로젝트 수행에서 벗어나 프론티어솔루션 이름으로 영원무역·풍산·넥센·서울증권 등의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해 4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사업을 확장, 기업 전반의 업무 혁신을 원스톱 서비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 같이 인적 역량과 기술 기반이 갖춰짐에 따라 2005년 이후부터 고속성장 길로 접어들었다. 에쓰오일 SAP 구현 프로젝트·위아 SAP 프로젝트·현대기아차 중국법인 및 기아차 유럽 5개국 판매법인 SAP 프로젝트 등 대형 프로젝트를 글로벌 컨설팅과 경쟁, 줄줄이 수행한 것이다.

 이로인해 올 11월 현재 150여명의 컨설턴트와 매출 약 180억원을 달성했다. 내년엔 매출 2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B2B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스마트빌사업부는 전자세금계산서는 물론이고 전자계약·SCM 서비스 등으로 업무를 확장했다. 올 11월 현재 30여만개의 회원사를 확보했고 2009년 말까지 100만여개의 회원사를 목표로 할 정도로 커졌다.

 khchang@fronti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