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2부)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④상생협력의 현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LPL 상생협력 현황

 ‘상생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LPL) 등 LCD업체는 이미 상생협력에서도 선의의 경쟁에 돌입했다. 세계 최강의 디스플레이업체는 전·후방 협력사 역시 최강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재구매팀을 중심으로 매주 월요일 협력사와 컨설팅 활동을 갖는가 하면 LPL은 아예 ‘상생협력팀’이라는 상설조직까지 가동한 상태다. 그동안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던 상생협력은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출범을 계기로 업계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한상 LPL 상무는 “LCD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 생산능력 확대 경쟁에서 자원이나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운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상생협력은 변화된 시장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협력사도 초일류로 가자=삼성전자는 다소 호흡이 긴 상생협력 프로젝트에서 협력사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IT업체로는 최초로 삼성전자 LCD총괄이 한국물류대상을 수상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2004년 하반기부터 LCD 패널 대형화와 수요 확대에 대비해 1차 협력사는 물론이고 2차 협력사까지 물류시스템을 통합하는 한편 용기와 포장을 표준화하고 운송체계도 통합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생산량 확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협력사는 물류 재고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윈윈게임’을 실현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물류시스템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 활동을 중단 없이 펼쳐 향후 부품 협력사가 ‘글로벌 원 프라이스(Global One Price)’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부품을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설비·장비협력사도 글로벌 업체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코닉시스템과 공동으로 일본업체가 독점해온 8세대용 액정적하(ODF) 시스템을 국산화하고 신한다이아몬드와 LCD 유리가공 공구인 스크라이버휠을 국산화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상생협력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2004년부터 ‘LCD총괄 자주연구회’라는 분야별 상생협력 조직도 가동 중이다. 4년째 지속되고 있는 자주연구회는 활동 첫해인 2004년 한 해에만 18개 협력사가 평균 34%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약 340억원의 재무성과를 기록하는 등 괄목상대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장비 국산화 ‘군계일학’=LPL은 공동 개발로 장비 국산화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탑엔지니어링·에이디피엔지니어링 등은 LPL의 지원으로 전공정 핵심장비를 잇따라 국산화하며 세계 30대 장비 생산업체로 우뚝서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이로써 현재 LPL은 화학기상증착장비·드라이에처·액정주입기 등 핵심장비를 대부분 국산화해 7세대 라인의 국산장비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특히 장비공동 개발을 위해 특별팀·전담팀 등을 수시로 구성하는 등 장비업체와 ‘하나의 팀’을 결성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LPL은 장비업체와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백라이트 유닛(BLU)·기판유리·편광판 등 부품업체로도 확대 중이다. 특히 금전이나 인력의 시혜적 차원의 활동을 지양하고 상호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한 달여 동안 LPL과 주요 협력사 구매·개발·생산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원가절감 프로젝트에 머리를 맞댄 것은 ‘하나의 팀’ 활동의 모범적인 사례로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LPL과 협력사는 이를 통해 공급망 최적화·부품 표준화·수율 및 생산성 향상·염가형 부품 개발·핵심 원재료 국산화 등의 상생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BLU 협력사는 부품 공용구매라는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면서 인위적인 단가 인하를 하지 않고 원가절감을 실현하는 결실을 얻고 있다.

 ◇상생 업그레이드도 한창=삼성전자와 LPL은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출범에 맞춰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따로 구성하는 등 보다 진화된 상생협력 전략 수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주연구회에 이어 LPL은 지난 6월 구매전략담당 산하에 상생협력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도 매주 협력사와 컨설팅 활동을 정례화하며 상생협력을 일회적인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꾸준히 실행에 옮긴다는 전략이다. 이들 패널업체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사업 제안을 하고 상호 발전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문호도 한층 개방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협회 주최로 열린 상생협력위원회에서 삼성전자와 LPL이 장비 및 패널 교차구매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삼성과 LG로 분리된 상생협력 창구 역시 개방을 앞두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LPL 장비협력사인 디엠에스의 세정장비를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LPL도 8세대 라인에 삼성전자 협력사 장비를 대거 도입할 방침이다.

 이상완 한국디스플레이협회장은 “패널뿐만 아니라 장비·부품·소재 등도 함께 일류화가 돼야 한국이 진정한 디스플레이 산업 최강국이 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뒤처진 장비·부품·소재 산업의 발전에 필요하다면 동종업계의 연합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PDP·OLED 상생협력 현황

 PDP와 OLED업체는 부품 국산화에서 패널 및 부품업체의 상생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PDP는 현재 어드레스 전극·하유전체 등의 부품을 100%로 국산화했고 상유전체·형광체 등도 55%가 넘는 국산화를 이룬 상태다.

 하지만 기판유리·버스 전극 등의 핵심부품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 향후 국내 중소업체와 공동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삼성SDI에는 제일모직·휘닉스디스플레이 등 삼성 관련 기업이, LG전자는 같은 계열사인 LG화학이 부품을 공급하는 수직계열화가 뿌리내려 LCD업계와 마찬가지로 교차 공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OLED에서는 유기발광물질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아직 국산화율은 40% 안팎으로 낮은 단계다. 다만 OLED는 삼성SDI와 LG전자가 LG화학·그라셀·알앤디즈·나노닉스 등 국내 중소업체의 제품을 공유해 수직계열화 현상이 PDP보다는 덜한 상황이다.

 전문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AM OLED’시장은 초기 단계에서 공동 개발 활동을 강화해 패널과 함께 장비·부품시장에서도 시장을 선점효과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