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가 자라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태반은, 절반은 태아에게서 절반은 산모에게서 나온 물질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산모의 몸속에 있으나 유전적 구성은 다른 독립적인 기관이라는 얘기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신이 아닌 것은 무조건 공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태반 역시 공격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태반은 산모의 면역체계로부터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영국 리딩대 필 로우리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태반이 살아남는 이유는 기생충의 전략과 비슷하다. 기생충 세포의 표면에는 포스포콜린이라는 분자가 있다. 이 분자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속여 마치 기생충을 자신의 일부처럼 받아들이게 한다. 덕분에 기생충은 사람의 몸속을 돌아다니면서도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뉴트로키닌-B(NKB)을 비롯한 태반에서 합성되는 대부분의 단백질에도 포스포콜린 분자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의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현대의학의 오랜 난제인 장기이식 부작용과 자가면역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이식의 가장 큰 문제는 체내의 면역체계가 기껏 이식한 장기를 타인으로 판단해 죽이는 데 있다.
자가면역질환 역시 면역체계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기 조직을 타인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태반의 비밀이 완전히 풀리게 되면, 장기이식과 자가면역질환 등의 난제에 결정적인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