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내놓은 ‘공기업 상장’ 카드가 첫선을 보인다.
지난 7월 정부가 상장 대상 공기업으로 발표한 한전KPS, 기은캐피탈,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개사 가운데 발전설비업체 한전KPS가 3일 사흘간의 공모일정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3사의 탄탄한 재무구조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면서도 과거 증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KT·한국전력 등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만큼 실효가 적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공기업 상장 본격화=정부는 지난 7월 말 증시에 유입되는 시중자금에 비해 기업공개(IPO) 물량이 적은 수급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기업 상장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및 증권업계와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298개 공공기관 중 한전KPS·기은캐피탈·지역난방공사 등 3개사를 우선 상장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인 한전KPS가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한전KPS는 3∼5일 사흘간 공모가 1만3300원에 공모를 실시한 후 오는 14일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이다. 공모규모는 1200억원 가량이며 우리사주를 제외한 80%(720만주)가 일반 투자자에게 공급된다. 뒤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기은캐피탈이 증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기은캐피탈은 지난달 초 한국증권과 IPO 주관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이르면 내년 2월 상장심사를 청구한 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장할 계획이다.
◇실효 놓고 의견 분분=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선 우량기업 상장으로 그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증시 대기자금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첫 테이프를 끊는 한전KPS는 사실상 발전설비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한전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한국증권 유희도 연구원은 “안정적이고 독점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규모만 작을 뿐 한전과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상장을 추진중인 공기업은 한전, KT 등 시가총액이 10조∼20조원에 달하는 과거 공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아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끄럽지 못한 상장과정도 걸림돌이다. 3사 가운데 지역난방공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중이지만 요금인상 가능성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무조건 공기업을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나 외국계 기업을 상장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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