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효율성과 예산절감 등을 들어 별도로 구매하던 패키지소프트웨어(SW)를 특정 기업과 계약을 통해 용역 개발한 후 관련부처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패키지SW 기업들은 “SW산업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SW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온나라시스템(업무성과관리시스템)에 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합해 중앙부처에 보급하는 온나라시스템 고도화 구축 사업을 진행중이다.
온나라시스템 고도화 사업이 수행되면 중앙부처는 더 이상 전자문서시스템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1차 고도화 사업입찰은 단독 응찰로 인해 유찰됐으며 내주중 2차 입찰 절차에 들어간다.
전자문서시스템은 10년 가까이 중앙부처, 지방자치 단체들이 구매해온 업무용 핵심 패키지SW로 3, 4년마다 돌아오는 교체주기에는 최대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해왔다.
행정자치부의 한 관계자는 “업무성과관리시스템과 전자문서시스템이 연동이 안돼 불편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 용역 개발 사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존 전자문서시스템 전문기업들은 “기술적으로 기존 전자문서시스템과 온나라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한데도 통합 개발을 하면 특정기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비용절감 효과도 자체 분석결과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그룹웨어 기업인 네모소프트는 이러한 기업들을 대표해 최근 국민고충위원회에 이러한 문제점을 담은 건의안을 제출했으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도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 중이다.
이에 앞서 국가기록원은 패키지SW로 구매했던 자료관 사업을 올해부터 용역 개발해 관련부처에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정부인증을 획득한 자료관 16개 기업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부도를 내기도 했다.
정부의 SW 용역 개발사업 확대로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패키지 소프트웨어 구매액은 지난 2006년 2510억원을 정점으로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33% 줄어든 1670억원으로 감소했으며 내년에도 2.2% 감소한 164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조창제 가온아이 사장은 “정부가 효율성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용역 개발 중심으로 정부 SW사업이 진행될 경우 상당수 국내 SW기업이 고사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공공기관 연도별 패키지 SW구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