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17)이혜숙 여성과총 회장

 한국 과학기술사에서 여성의 역할이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지난 1996년 최초의 여성 공과대학(이화여대)이 설립됐고, 2003년에는 ‘여성과학기술인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21세기 들어서야 뒤늦게 ‘이공계의 연구직·기술직이나 이와 관련된 직종에 종사 또는 종사하고자 하는 여성으로서 대통령이 정하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여성 과학기술인으로 칭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늦은 출발인 만큼 여성 과학기술인은 힘이 넘친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59)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이 회장은 “여성 과학기술인 없이는 균형잡힌 발전을 이루기 힘들고 국가의 인적자원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 80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수학 분야 여성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과학기술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위원회 위원, 여성과총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양성 평등에 입각한 여성 과학기술정책 수립에 주력했다. 지난 2003년에는 대통령이 내리는 과학기술 훈장과 과기부 장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 회장은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역량을 결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이끄는 여성과총은 비록 2003년에 설립됐지만 현재 21개 여성과학기술단체, 1만8000여 여성 과학기술인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회장은 “여성 과학기술인단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양성평등, 더 나아가서는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2년 임기동안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여성 과학기술지원사업 규모가 작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사업이 다양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한 단계 ‘점프’하는데 부족하다”며 지원사업 대형화를 향후 과제로 꼽았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단체의 장이기에 앞서 수학자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퀸즈대를 거쳐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수학을 공부했다.

 이 회장에게 수학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저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좋아하고 잘했기에 선택한 학문이지만 다시 돌아봐도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는 수학을 “과학뿐 아니라 사회적 사고를 포함한 모든 현상의 기본”이라고 정의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도 수학을 비롯한 과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이 회장은 풀이했다. 그는 공학도들에게 “과학을 배운다고 해서 꼭 과학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인생모토

하는 모든 일은 즐겁게 성심을 다하여 성실하게 한다. 매일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갖는다.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사랑과 헌신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어머니, 과학의 위대함과 학생 사랑을 보여주신 고등학교 때 강순옥 화학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과학은 끊임없는 도전을 주는 분야, 변화와 혁신 그리고 창조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분야,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놀라운 기회를 두루 갖게 하는 분야다. 꿈과 목표를 높게 해서 도전해 보라.

○주요 이력

△1971년 이화여대 △1974년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1978년 캐나다 퀸즈대 수학박사 △1980년∼현재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2003년 과학기술훈장,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2004년∼현재 과학기술부 예산자문위원 △2005년∼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9·10기 위원 △2006년∼현재 여성과총연합회장, 이화여대 대학원장 △2007년∼현재 제2기 과학기술기본계획 총괄위원, 이화여대 자연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