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키드파워` e스포츠판 흔든다

 ‘키드(Kid) 파워’가 프로게임 판도를 바꾸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이 쟁쟁한 성인 선수를 연파하고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새내기 중학생 선수는 군인 대표를 꺾으며 프로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들은 20대 성인 선수가 주도하던 프로게임 판에 파란을 일으키며 신세대의 패기와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10대가 점령한 프로게임=지난 달 17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곰TV MSL 시즌 3 결승전에서 박성균(위메이드 폭스) 군(16)은 김택용(MBC게임 히어로) 선수를 꺾고 우승했다. 91년 10월 생인 박성균 군은 이날 승리로 스타크래프트 메이저 대회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성균 군은 최연성 선수 등 내로라하는 성인 선수들을 내리 이겼다.

 이달 5일에는 중학생이 또 하나의 큰일을 냈다. 13살인 전태양(위메이드 폭스) 군이 신한은행 프로리그에서 공군 소속의 박대만 선수를 눌렀다. 이로써 전태양 군은 ‘13년 2개월 18일’이라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최연소 승리 기록을 세웠다. 전태양 군에게 이날 경기는 최초 공식전으로 프로대회 최연소 출장자로도 이름을 새겼다.

 이 밖에 르카프 오즈의 이제동 군, MBC게임 히어로의 염보성 군(17)과 이재호 군(17) 등 90년 생 프로게이머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카트라이더 프로리그에서는 10대의 활약이 더욱 거세다. 초등학교 4학년인 문호준(온게임) 군(10)은 올해 5월에 열린 SK1682배 카트라이더 5차 리그에서 우승한 데 이어 10월에 끝난 곰TV 카트라이더 6차 리그에서도 준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곰TV 카트라이더 6차 리그에서는 16세 강진우(EOS) 군이 2006년 말 4차 리그에 이어 2회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카트라이더 리그 사상 최초의 여성 본선 진출자인 안한별(AN-게이밍) 양도 강진우 군과 같은 91년 생이다.

 ◇당당하고 능력 있는 10대 게이머=일각에서는 10대 프로게이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오히려 이들은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친다.

 박성균 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 시작해 남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게임 관련 직업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진로 선택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공의 척도 중 하나인 수입 면에서도 박성균 군은 어지간한 성인 직장인을 압도한다. 박 군의 올해 예상 수입은 약 7000만원. 이 정도면 대기업 근무 10년 이상의 경력으로도 받기 힘든 액수다.

 실제로 10대 프로게이머는 예외 없이 학업과 게임을 병행하고 있다. 10대 게이머가 많은 위메이드 폭스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함께 숙소에 모여 연습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취하고 있다. 대학의 게임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프로게이머도 점점 늘고 있다.

 위메이드 폭스 프런트인 최영우 과장은 “어린 프로 바둑 기사나 중학생 가수는 높이 평가하면서 10대 프로게이머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편견”이라며 “프로게이머를 ‘오락에 빠져 헤매는 아이들’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