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eP]‘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건너려면…

◆기고-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기술에 예술적 가치가 더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60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급의 미세회로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1nm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유전자를 이루는 DNA 이중나선의 폭이 2㎚라고 하니 그 정밀도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러한 ‘예술적 신기술’을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그 결과 올해 말 우리나라는 무역규모 7000억달러를 돌파, 세계 11위의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자본과 자원이 취약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기업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그러나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신기술이 개발돼도 사업화 과정에서 사장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미 하원 과학위원회는 이 과정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부르며 기업이 여기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도 국내 최초로 개발된 신기술제품을 정부에서 인증하고 그 제품을 공공기관이 구매해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신기술을 보호·육성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공공기관은 2000여억원어치의 인증 신제품을 구입했다. 이 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기업은 안정적 경영기반을 확보해 기술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고, 공공기관은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신기술제품을 구매,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상생협력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가 개최된다. 신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인과 공공기관의 구매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상생과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 정부는 신기술제품의 실용화와 구매촉진에 기여한 66개 기업과 기관을 포상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더 나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상생협력의 풍토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

 신기술 개발이란 험준한 산을 넘어온 중소기업인이 마케팅이란 더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도록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가동해 밀어줘야 할 것이다. 정부도 신기술 제품의 공공구매체계를 확립해 이를 도울 계획이다. 또 신기술의 국제표준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을 믿고 쓰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최고 또는 최첨단기술을 일컬어 ‘스테이트 오브 아트(state-of-art)’라고 한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기술이란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러한 기술을 더 많이 개발하도록 건강한 ‘신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길러내는 기름진 토양이 되고 무한경쟁시대의 필수 생존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신기술은 각고의 인내와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예술이고 기술의 실용화는 그 예술의 표현이다. 또 신기술은 경제성장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제 중소기업 엔지니어들이 장인정신을 발휘해 만든 신기술제품을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인정하고 적극 구매해 이들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큰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상생의 불’을 밝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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