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발명 60주년]무어의 법칙·황의 법칙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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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트랜지스터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IT 세상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1947년 12월 16일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 3총사가 발명한 트랜지스터가 세상을 확 바꿔놨다. 아주 작은 ‘온 오프 스위치’인 트랜지스터는 ‘미세 엔진’이라고도 불리며 컴퓨터 정보처리를 가능케 하며 우리를 디지털 시대로 이끌었다. 오는 16일로 탄생 60주년을 맞은 트랜지스터는 발전을 거듭해 개발 당시 손바닥 만하던 것이 현미경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아졌고 성능은 슈퍼컴퓨터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섰다.

무어의 법칙과 황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은 계속될까. 2년마다 칩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과 매년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올해에는 삼성전자의 발표가 예년에 비해 늦어지자 ‘황의 법칙이 깨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삼성전자가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발표하자 이 같은 우려는 수그러졌다.

무어의 법칙 역시, 한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트랜지스터의 누설전류는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였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발견이 없으면 업계 전체가 오랫동안 예견해 온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텔이 40년 동안 반도체 절연체로 사용해 온 실리콘 다이옥사이드를 하프늄으로 대체한 45나노 칩의 발표를 계기로 무어의 법칙은 진행형으로 바뀌었다.

고든 무어는 이를 “지난 60여 년 이래 트랜지스터 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로큰롤을 탄생시킨 트랜지스터=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47년 12월 벨연구소에서 일하던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는 점 접촉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들은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업적을 인정받아 1956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트랜지스터는 기존의 크고 다루기 어려운 진공관을 사용했을 때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기 신호를 증폭시키는데 이용됐다. 트랜지스터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낸 제품은 라디오였다.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처음 나온 것은 1954년이었고 이때 나온 라디오는 트랜지스터 4개를 내장했다. 이동하면서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덕분에 로큰롤이라는 음악 장르가 열풍을 타게 한 계기도 됐다.

◇집적회로 시대=1950년대 트랜지스터는 라디오와 전화기, 컴퓨터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에 비해서는 작았지만 최신 전자 제품에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작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트랜지스터의 가격을 절감시켜 대량 생산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개별 트랜지스터가 엄청난 양의 2진법 계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두 번째 발명이 필요했다.

1958년,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의 잭 킬바이와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의 로버트 노이스가 한 개의 집적 회로(칩) 안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내장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함께 인텔을 공동 창업한 고든 무어는 1965년에 발표된 잡지‘더일엑트로닉스’에 쓴 기고문에서 ‘무어의 법칙’이라고 알려진 기술 예측을 제시했다. 한 개의 작은 칩 안에 여러 개의 작은 컴포넌트들을 탑재시킨 것은 칩의 발전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후 칩 집적도 향상은 40년 가까이 이어올 수 있었다. 1971년 인텔이 처음 선보인 컴퓨터 칩인 4004에는 2300개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됐다. 1989년에 발표된 i486에는 120만개가, 2000년의 펜티엄에는 420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내장됐고 최근 인텔이 발표한 45나노 칩에는 총 8억200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됐다.

◇근본적 한계 해결=사실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법칙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은 자주 주장돼 왔다. 칩 제조업체들은 이 법칙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해왔지만, 개념상 기하급수적 증가가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법칙에서 제시된 기하급수적 성장을 지속하려면 2년 혹은 매년 트랜지스터 크기를 반 정도씩 줄여나가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칩이 개발될 때마다 이 절연체 층이 계속해서 얇아지게 되었고 절연층이 점점 얇아지면서 전류 누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트랜지스터 작동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고 전력 소모량이 증가했다. 전류 누출이 반도체 업계의 지상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달 인텔은 하프늄 기반의 하이케이(하이-k)를 절연체로 사용한 45나노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새 제조 공정을 이용하면 이전 65나노 공정에 비해 동일한 표면적에 거의 두 배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했고 고질적인 문제인 누설전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인텔은 이를 통해 무어의 법칙을 최소한 10년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트랜지스터가 산업과 생활에 미친 영향>

트랜지스터가 없었다면 과연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전자제품이 존재했을까. 트랜지스터는 라디오, TV에서부터 자동차, 의료장비, 컴퓨터, 우주왕복선 등에 꼭 필요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주요 구성요소다. 인텔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로 트랜지스터를 꼽는다. 트랜지스터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도는 집적 회로(IC) 스위치로 이제 우리에게는 칩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해져 있다.

트랜지스터가 미니 스위치 역할을 하는 덕분에 현재 수없이 많은 트랜지스터들이 PC와 랩톱, 서버, 휴대폰, 전자레인지, 자동차 등 끝도 없이 많은 일상적인 전자 제품의 핵심적인 요소인 칩에 사용되고 있다. 모든 칩은 트랜지스터가 있어야 작동되고 또 모든 컴퓨터는 칩이 있어야 작동 가능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는 예나 지금이나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