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메마른 마음의 껍질을 뚫고 새싹이 되고 결국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우울증의 극복은 이렇게 이뤄진다.
우울증의 속 모습은 ‘불만족’이다. 상황에 따라 이것은 ‘상실감’이기도 하다. 가까운 친구·연인·가족, 혹은 애착을 가졌던 어떤 것이 더 이상 자신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됐을 때의 상실감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큰 상실감을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처음의 당황스러움과 낯섦이 지나고 갈수록 무뎌지는 마음은 진정한 기쁨과 슬픔을 잃어버리고 서서히 메말라간다. 무기력해지는 몸과 마음에 희망이라고는 껍질만 남아 더 이상 살아가는 어떤 힘도 주지 못한다. 까닭 없이 울음이 나오고 때로는 도리어 즐거운 듯한 착각에 빠지는, 나를 잃어버린 상태가 되고 만다. 머리가 맑지 않고 뚜렷한 의욕이 없으면서도 머리 속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많은 생각들이 혼탁하게 피었다 진다. 뿌연 먹구름이 낀 것처럼 건망증이 심해지고 멍하니 있게 되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말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한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은 이런 뿌옇고 막막한 황야같은 상태에서 맑은 햇빛이 내리쬐는 봄으로 회복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먼저 씨앗을 심어야 한다. 우리 마음 속에 소중하게 간직한 씨앗을 발견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먹구름은 저절로 걷혀 나간다. 주위에 우울증인 사람이 있다면 그만의 씨앗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봄처럼 따뜻하게 사랑해 주기 바란다.
살아있다는 것은 진실로 놀랍고 신비로운 것이다. 우리는 온갖 헛된 것에 사로잡히지만 우리의 몸은 묵묵히 쉬지 않고 운행을 한다. 그것이 우주의 생명력이 담긴 나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미 각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씨앗을 품고 있다.
우울하다면, 그래서 정말 삶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마음의 처음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서 자신의 꽃을 피워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