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가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양한 맛의 ‘당근’을 내놓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연회비 면제, 사은품, 추가 포인트 등 종류도 가지가지죠. 하지만 당근이 저절로 고객에게 배달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직접 밭에 가서 당근을 뽑아야 할 경우도 있죠. 기자도 최근 유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1년여 전 발급받은 A사의 카드. 당시 카드설계사는 대형할인점에서 장난감을 펼쳐놓고 가입을 유도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세 살 배기 딸애가 ‘저거 갖고 싶어’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가입했습니다. 사은품에, 초년도 연회비 면제 조건. 당연히 딱 1년만 쓰고 해지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1년을 넘겼고, 최근 연회비 2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평소 잘 쓰지 않는데다 연회비도 타 카드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으니 속이 쓰리더군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카드를 해지한다고 하면 연회비를 돌려준다는 말을 종종 들었기 때문이죠. 혹여 연회비가 반환되지 않아도 잘 쓰지 않는 카드니 없애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는 기대했던 대로입니다. 집 나갔던 2만원이 돌아왔죠. 큰 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게 마냥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만원 아낀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카드를 갖게 됐고, 자연히 불필요한 소비도 늘겠죠. 이래저래 다양한 맛의 당근이네요.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