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을 잡기 위해 펼쳐진 현장유세만큼이나 ‘넷심’을 끌기 위해 사이버유세전도 한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선 캠프에서는 지난 2002년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졌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뜨거운 공방전은 없었다는 게 한결같은 평가다.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넷심’은 5년 만에 사라졌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적어도 인터넷 공간만큼은 정책 경쟁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원칙 아래 사이버유세를 벌였다. 그 주제나 방식 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정동영, 실생활 공약 이끌어=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공식 홈페이지와는 별도로 ‘내세상닷컴’(www.happy1219.com)을 통해 유권자들과 만났다. 지난달 개설 이후 4만여 건의 정책제안이 올라왔고 이를 추려 ‘70대 실생활 공약’이 탄생했다. 블로그+동영상사이트를 표방한 ‘불똥닷컴’(www.blddong.com)도 화제다. 최근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으킨 이른바 ‘박영선 동영상’도 이를 통해 전해졌다. 정후보측은 지지율 반전을 노리기 위해 온라인에서도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디어인터넷본부 서지현 팀장은 “온라인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선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유권자 요구를 수렴하면서 ‘가족행복’ 모토에 맞는 후보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투표율 높이기=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으로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 진성호 뉴미디어팀장은 “‘누구를 찍든 관계없이 투표하자’는 것을 주요 온라인 유세 내용으로 잡았다”면서 “더 많은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막 후보는 그동안 고수해온 민생과 정책을 챙기는 ‘포지티브’ 전략을 온라인상에서도 이어갔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주로 게재했다.
◇이회창, 이메일 구전마케팅=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창사랑’(changsarang.com). ‘다음카페 2030희망의 창’. ‘아름다운 원칙 이회창’(ichang.net) 등 6개 사이트를 통해 타 후보에 비해 부족한 조직력을 보완했다.
이 후보는 주요 지지세력이 중장년층인 것을 감안하여 인터넷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전원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캠프 사이버팀원들이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을 이메일로 전달하면 이메일 수신자가 또 다른 이들에게 관련 소식을 전하는 ‘구전마케팅’ 기법을 적용했다.
동영상 홍보물은 사이버팀이 직접 이 후보 유세현장을 찾아다니며 제작했다. 장웅상 사이버팀장은 “유세현장에서 6mm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홈페이지, UCC사이트에 올려 지지층 확대를 꾀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