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온라인 바람 약해졌다

 “온라인 바람이 약해졌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각 후보 캠프는 일제히 “인터넷 대선 바람은 미풍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2002년에 이어 인터넷 폭발력이 거대할 것으로 보았던 각 캠프의 예측이 빗나갔다. 블로그와 카페, 후보 홈페이지 등에 이어 ‘동행블로그·UCC’ 등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지만 네티즌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심리학자인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려면 사람을 끌어들이는 개인적인 매력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워낙 강해서 그런 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각 후보 선거캠프는 이 같은 배경에 대해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누리꾼의 소속감 및 집단화, 온라인 선거공약 검증에 대한 관심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큰 역할을 했던 ‘댓글’ 이어달기도 여론몰이를 하지 못했다.

 정동영 후보 지지층과 이명박 후보 지지층 간의 ‘온라인 전쟁’도 조용하게 끝났다. 정 후보 지지자들이 각종 이슈를 꺼내 쟁점화를 시도했으나 이명박 후보 측이 아예 이를 외면하는 온라인 전략으로 분쟁 여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누리꾼이 네거티브 전략을 외면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부패 대 반부패’ 구도를 만들려는 범여권의 여론 주도작업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범여권은 UCC와 블로그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큰 반응이 없었다.

 포털 집중이 심화되면서 후보 홈페이지나 블로그 접속이 예상과 달리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터넷 카페’ 등 지지자 모임을 통해 ‘노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후보지지 카페’가 연이어 생겼지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선구도에서 범여권 측이 이명박 후보 측을 온라인 측으로 끌어들이려 했으나 아예 전면 싸움을 피해가는 심리전을 전개해 2002년과 같은 인터넷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