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2부)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⑥인력개발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인력수급 및 교육 실태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인력수급 및 교육 실태

 ‘쓸 만한 인재가 없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첫손으로 꼽는 고충이 바로 인력 문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매년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2∼3년간 현장 교육을 통해 애써 키워놓은 인재가 경쟁업체로 달아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실무형·맞춤형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기업이 인력 확보를 위해 쏟아붓는 기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인력 빈곤의 악순환은 대만·일본 등 경쟁국의 추격을 허용하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차세대 신수종 사업이나 핵심 소재 및 장비 개발도 사람이 없어 엄두조차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실무형 인력과 중견 기술인력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창의적 인재는 그나마 인력 풀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이를 현실화할 풍부한 현장 엔지니어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핵심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실행할 기술자가 없다면 하루가 다르게 기술 진보가 이뤄지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최병도 한국폴리텍I 교수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요인이 대량생산을 통한 판가인하에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누가 더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느냐가 좌우하는 양상”이라며 “결국 전문 기술인력이 풍부한 기업이나 국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대학교육시스템이 하루 빨리 디스플레이산업 현장을 반영한 맞춤형·실무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후발주자인 대만이 대학·기업이 함께 입주하는 산업클러스터를 전략적으로 마련하고 단기간에 한국 LCD산업을 추격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무형 대학교육과 별도로 중견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사내 대학이나 대학원 제도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사내 대학 및 대학원 제도를 이용해 중견 기술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등 전략기술과 관련한 핵심인력 육성도 시급한 과제도 꼽히고 있다. 현재 신수종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박막형 태양전지 등은 핵심 인력이 없어 사업화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일본에 비해 열세를 면지 못하고 있는 장비·소재분야도 핵심인력 양성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요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들 분야의 중장기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처음 도입한 ‘고부가가치 인력양성 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른 인력 교류 확대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 장비·재료업계 기술진의 미국 연수를 확대하고 미국 대학과의 기술협력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교육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교육지원 사업의 확대도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재단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중소기업 기술인력의 66%가 경력 2년 이하에 불과해 중견 기술인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재교육이 절실한 상태다. 하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직원 외부 파견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협회가 올해 도입한 ‘e러닝(display.eduville.co.kr)’ 프로그램은 이 같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수준 높은 교육을 위한 교과과정 개발과 전문 강사진 확보, 중소기업의 높은 참여율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중소업체들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장비학회, 나노연구조합 등과 같은 유관기관이나 학계와 공동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김광선 한국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장비학회장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한 한국이 장비의 70% 가까이를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은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의 열악한 인력 실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중소업체들도 관련 세미나, 워크숍, 단기 교육과정 등을 적극 활용해 핵심인력을 키워내야만 글로벌 장비나 소재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인력개발 현황

 정부는 지난해부터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고부가가치 인력 양성’ 사업을 실시 중이다. 고부가가치 인력 양성 사업은 지난해 참가한 총 260여명 가운데 70%가 디스플레이 기업에 취직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22개의 신규 교육 교재를 발간하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에는 건국대·경원대·성균관대·순천향대·홍익대 5개 대학에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을 확보하고 교과과정 개편 및 강의교재 공동 개발 등 취업연계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또 올해 디스플레이협회 출범에 맞춰 e러닝 시스템을 가동해 중소기업 임직원 재교육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현재 중소기업 임직원의 수요조사를 통해 5개 과정을 발굴해 운영 중이며 향후 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장기 전략기술 및 산업로드맵에 근거한 미래기술인력로드맵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경쟁국의 인력 확보전략을 분석·벤치마킹해 미래형 인력 수급전략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만 산학연계 사례

 대만 LCD산업이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동력 가운데 하나는 풍부한 인적자원이다.

 1인당 소득 1만6000달러, 인구 2300만명으로 한국에 비해 불리한 조건임에도 중견 기술인력이 넘쳐나는 것은 잘 갖춰진 산·학·연 연계시스템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에는 신죽과학산업단지로 대표되는 산·학·연이 함께 입주한 산업기술클러스터가 발달돼 있다. 신주단지는 1980년에 대만 정부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계획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기업·연구소·대학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첨단 산업 창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매출액은 112억달러, 고용 12만1000명의 성과를 보이며 대만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지 내의 공업기술원(ITRI)·대만 청화대·교통대학은 AUO·TSMC 등 유수 기업에 기술인력 공급, 기술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보육센터·자본투자 등으로 신규기업 창출까지 지원하고 있다. 밀접한 산·학·연 연계를 통해 이공계 출신의 첨단 기업 취직이 쉬워지자 기술관련 학과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이 구축한 탕정·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학·연 연계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대만 인력 경쟁력 요소

구분 비고

풍부한 엔지니어 클러스터 내 대학·연구소 공동 입주

재교육 활성화 해외유학 등을 통한 핵심인력 양성

저렴한 인건비 대졸 초임 1500달러 수준

스톡옵션 일반화 자사주 보유 관례화해 로열티 높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