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업계가 최근 터진 Y사 부도로 뒤숭숭하다.
Y사가 업계 대표 기업도 아니고 부도야 시장엔 늘상 있는 일이니 무심하게 넘길 수도 있지만 업계 충격이 적잖다. 연말 PCB시장에서 유독 한 업체의 부도가 큰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국내시장에 굳어져 온 ‘관행’과 무관치 않다.
완전 주문제 생산에 따른 시장 왜곡, 가격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공급 구조, 수요기업보다 더한 공급업체 간 과열 경쟁 등이 그동안 PCB시장을 지배해온 특징이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가 “그간 PCB업계는 ‘출혈경쟁’보다 더한 ‘공멸경쟁’에 매달려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내부 상황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국내 PCB산업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 시장 최대 경쟁국인 일본·대만의 상반된 사례를 들면서 시기 반, 부러움 반의 심정을 토로한다.
일본 업체는 특정 품목, 공정, 기능별로 업계가 공히 수용할 수 있는 공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것을 자율적으로 준수한다는 얘기다. 대만에서는 업체끼리 공식 또는 비공식 협력을 맺고 가격 전략을 공유하는 대신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에서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다고 한다.
주요 전망치를 종합하면 내년 국내 PCB시장은 2004년 이래 가장 뚜렷한 호황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공급 물량의 증가에 따라 올해 대비 20∼30%의 PCB 수요 증가가 점쳐지고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객관 전망도 PCB업계가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악조건으로 바뀔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일본·중국·대만과의 경쟁 속에서 기술 우위의 입지를 더욱 높여야 할 상황이다. PCB시장의 ‘악습’은 저무는 해와 함께 털고 가야 하지 않을까.
이진호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