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도입 대선, 9시면 당락 확정된다

 “밤을 새워 개표 방송을 지켜볼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5년을 이끌 대통령은 선거 당일 저녁 9시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밤을 새워 개표를 지켜볼 필요없이 밤 11시께면 대부분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빠른 개표가 이뤄지는 데는 첨단 IT가 적용된 ‘투표지 분리기’ 덕분이다. 예상 투표인원인 2600만여명의 투표지를 4시간 이내에 분류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율을 75%로 잡았을 때 개표부터 마무리까지 4시간 3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50% 안팎의 개표가 이뤄지는 오후 9시께면 각 캠프에서 당선자를 향한 ‘연호와 박수’, 낙선자 캠프에서 나오는 ‘탄식과 울음’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물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6시면 국민은 차기 대통령의 프로필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16대 대선 때 처음으로 도입된 투표지 분리기의 효과는 대단했다. 개표 시작 3시간 50분 만에 2478만여명의 개표를 끝냈고 그에 앞서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 당선자가 확정됐다. 당시 노무현 당선자는 밤 10시 30분 당선 기자회견을 했다. 투표율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지난 대선 때처럼 70% 수준의 투표율이라면 저녁 8시 20분께면 ‘당선 유력’이, 9시 30분 정도면 당선자 기자회견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번 대선에 투입될 투표지 분류기 기능은 16대 때보다 훨씬 개선됐다. 게다가 선관위는 이번에 16대 때의 930대보다 많은 1377대를 투입했다. 분당 220∼250장의 투표용지를 분류했던 것과는 달리 분당 300∼350장을 분류할 만큼 속도가 개선됐다. 최근 도입한 투표지 분류기는 색상은 물론이고 투표용지를 14가지로 분류할 수 있도록 기능이 향상된 것도 큰 특징이다. 덕분에 선관위는 개표에 들어가는 예산 40억원 중 23억원을 줄이게 됐다.

 투표지 분리기는 원래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수표 분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선거에 맞게 그 기능을 변형한 제품이다. 투표지 분리기 원리는 간단하다. 일단 투표지 분리기를 PC와 연결한 후 선거에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스캔한 뒤 이를 데이터로 저장한다. 운영자가 저장한 투표용지 데이터와 선거에 참여한 후보명단, 어떤 곳에 투표용지를 분류할 것인지를 설정하면 사전 작업이 끝난다. 이어 투표가 끝난 투표용지를 기계 안에 넣으면 입력해둔 투표용지와 비교해 ‘人’ 마크가 찍힌 후보를 빠르게 골라낸다. 듀얼코어 CPU가 탑재된 PC가 필수적이다. 분류한 정보는 다시 중앙서버로 보내지고 이 서버에서 득표율을 분석하면 유권자는 실시간으로 후보자 득표율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해킹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중앙서버와의 연결이 금지돼 있다.

 문제는 ‘人’ 마크가 흐리거나 후보와 후보 사이에 애매하게 찍힌 투표용지다. 분류가 어려운 투표용지는 ‘미분류’로 처리돼 중앙선관위 규정에 따라 심사위원이 직접 확인해 처리한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 분류기 도입으로 예산절감은 물론이고 투표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돼 오후 9시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