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선 하루 뒤인 20일, 여의도 증권가는 이명박표 실용정부가 IT주에 미칠 영향력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각 증권사는 경기부양 원칙이 확고한 차기 정부가 IT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으나 타업종에 비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견인효과는 작을 것이라며 비교적 차분한 견해를 유지했다.
◇규제완화 수혜주, ‘있다’=그간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친기업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현재 그룹차원의 비자금문제로 간접적인 어려움을 겪는 IT대표주 삼성전자를 비롯, 번번이 규제리스크에 발목을 잡혔던 통신주에 힘이 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김성인 상무는 “삼성 비자금수사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통신주도 통방융합서비스를 조기 도입하고 규제를 줄이겠다는 당선자 방침에 힘입어 수혜가 예상된다. 양종인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예정대로 통방융합시장이 조기에 열린다면 통신업종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부양 수혜주, ‘있다’=이 당선자의 경기부양 원칙은 전반적인 투자 확대로 IT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특히 5년간 6만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첨단 IT 및 문화콘텐츠산업 등을 육성키로 한 것은 코스닥 IT중소형주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가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경우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하이닉스 매각 일정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 한국증권은 “당선자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하이닉스 등의 지분 변동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연스레 반도체업계 구조개편을 가져와 M&A 테마에 힘입은 주가상승이 점쳐진다.
◇MB테마주, ‘없다’=전반적으로 IT 증시에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IT업종 가운데 단시일 내에 가시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이른바 ‘MB테마주’를 뽑긴 힘들다. 실제로 20일 대부분 증권사가 차기 정부의 수혜주를 발표했지만 건설·시멘트·금융주 일색에 IT주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이 당선자의 IT공약이 ‘대운하’ 건설처럼 구체적인 사업을 적시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수준에 머무른 탓이다. A증권사 소프트웨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 당선자 공약에 SW 인력 10만명 양성 등이 포함됐지만 이 같은 큰 그림만으로는 실제 관련 업종의 주가를 움직이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참여정부, IT증시는…두어달 남짓 남은 참여정부의 IT증시 성적표는 평균 이하다. 지난 2002년 이후 이달 20일까지 IT하드웨어 대형주로 구성된 전기전자업종지수는 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9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반도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관련 업종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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