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 글로벌 인력수급 시대 대비하자

 “일본에 사람이 없다지요? 내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한 소프트웨어(SW) 기업의 CEO가 말을 꺼냈다. 내용인즉 우리나라의 퇴직자를 일본 SW 인력으로 파견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코볼이나 비주얼베이직 등의 언어에 기반한 구식 시스템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시스템을 개발했던 일본 개발자의 퇴직기까지 겹쳐 인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구식 시스템 교체 시장이 열리고 있어 국내 퇴직 개발자를 일본으로 보내면 퇴직자는 일자리를 찾아 좋고 일본도 좋은 윈윈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사람 보내달라고 재촉한다”는 국내 SW 협단체장들의 말을 되새겨볼 때 꽤 괜찮은 아이디어다. 일본 시장이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SW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현실은 어떻게 해결할까.’

 일본은 이미 외국인에게 개발 업무를 맡겨도 좋을 만큼 개발 프로세스가 체계화돼 있다. 업무가 분업화·모듈화돼 누구 한 사람 빠진다고 해도 대체가 가능하다. 아웃소싱을 준다 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10년차 개발자나 3년차 개발자가 분석부터 기획과 설계, 개발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업무를 한다. 공학적인 프로세스가 잡혀 있지 않아 개발 업무를 진행하다 한 사람만 빠져도 휘청거릴 때도 많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해외로 눈을 돌릴 수가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SW 개발 프로세스를 전문화·분업화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분석­(기획)-설계-개발-테스트 업무를 분업화해 분석과 설계를 전담할 중·고급 인력은 키우고 단순개발은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수준도 높이고 비용도 절감하자는 것이다.

 원격개발센터, SW 공학 접목 등 이를 실현할 대안도 제시됐다. 내년에는 이러한 대안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오고 일부 시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정착시켜 본다면 SW 분야에서도 인력 걱정은 없어지지 않을까. 글로벌 인력 수급이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문보경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