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결산:디지털산업]반도체 `먹구름` 태양광산업 `햇빛`

 디지털 기기에 화면터치 기능 채택이 늘면서 터치 윈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양산라인을 추가 구축한 서울 양평동의 한국터치스크린 직원들이 대기업 휴대폰업체에 납품할 터치윈도 생산에 여념이 없다.
디지털 기기에 화면터치 기능 채택이 늘면서 터치 윈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양산라인을 추가 구축한 서울 양평동의 한국터치스크린 직원들이 대기업 휴대폰업체에 납품할 터치윈도 생산에 여념이 없다.

 올해 부품업계는 부침이 뚜렷한 한해로 정리된다. 시황판단을 잘못해 과잉공급이 된 반도체는 가격 때문에 울었고 지난해 어려웠던 디스플레이는 호황을 구가했다. 반도체는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30나노 64Gb 플래시메모리 기술이 발표되는 등 기술적 진보를 이어갔다. 올해는 특히, 고유가와 화석연료 고갈 위기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개발 붐을 타고 태양광 발전 사업이 급부상한 한해였다.

 ◇반도체=한 마디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한 해였다. 올해에도 시황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설비투자를 늘려 공급경쟁을 벌여온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쓴 맛을 봤다. 수요는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았는데 공급은 과잉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호황도 주춤했다. 특히,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들을 강타했다. 선발주자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후발주자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지않은 영향을 받았다. 3분기까지는 두자릿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는 심상치 않다.

 반면, 반도체업체들은 올해도 설비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년에 비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1조원 정도 늘렸고 하이닉스도 증액했다. 이에 따라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올해에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삼성전자가 30 나노 64Gb 플래시메모리를 발표하며 ‘황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을 입증하는 등 기술적인 진화도 지속됐다.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분야의 도약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매출이 늘어났고 DDI에 이어 내비게이션용 시스템LSI와 스마트카드 IC를 올해 새롭게 세계 1위 제품으로 끌어올렸다. 하이닉스도 실리콘화일과 손잡고 CMOS이미지센서(CIS)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팹리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달 초 보광그룹 계열인 STS반도체통신이 국내 대표적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코아로직을 인수했고 이에 앞서 4월에는 RF칩 업체인 에프씨아이가 대만의 실리콘모션에 9000만달러 규모에 매각되는 등 굵직한 M&A가 있었다.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는 산업별 부침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LCD가 공급부족으로 다시 호황국면에 진입한 반면 PDP, 브라운관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LCD업체들은 분기 영업이익 7000억원대를 돌파, 2004년 사상 최대 호황기를 재연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PDP업체들은 적자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브라운관은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굵직굵직한 뉴스도 끊이지 않았다. 디스플레이협회 출범으로 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향해 맞손을 잡는 역사적인 순간도 펼쳐졌다. LG필립스LCD가 8세대 규격을 삼성전자와 통일하면서 장비·부품 교차구매의 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브라운관의 퇴장을 반영해 삼성코닝이 삼성코닝정밀유리에 합병되고, 삼성SDI가 국내 브라운관 공장을 전면 철수하는 구조조정 한파도 몰아쳤다. 비오이하이디스 대만 업체 재매각을 둘러싸고 기술유출 논란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부품·산전=휴대폰 부품업계는 저가폰 확산에 따른 단가인하로 몸살을 앓았다. 부품공급 사슬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각 품목별로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눠지는 양극화가 심화됐다. 애플 아이폰, 프라다폰, 뷰티폰 등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휴대폰이 속속 등장하면서 터치스크린 품귀현상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한국터치스크린, 시노펙스 등 기업들이 터치스크린 국산화에 나섰고, 광학필름 업체들 역시 터치스크린의 핵심 원자재인 투명전도성(ITO) 필름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자하고 있다. SKC는 미국 롬앤하스와 광학필름 및 특수필름을 제작하는 SKC하스를 출범시켰다.

 LS전선 등 전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리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힘든 경영환경을 맞았다. 이에 따라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넓혀 수출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했던 한 해였다.

 로봇업계 역시 전반적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등의 설비투자가 줄면서 매출이 부진했다. 기대했던 지능형 로봇도 청소·교육로봇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지자체의 관심을 끌었던 로봇랜드 유치전에서는 인천과 마산이 공동유치하게 됐다.

 ◇전지·에너지=태양광이 시장 전체를 후끈 달궜다. 삼성·LG·현대·동양 등 대기업들이 저마다 사업진출을 선언했고 재료에서부터 전지·발전소사업까지 기업들이 줄을 섰다. 내년에도 태양광은 국가 산업 기조를 좌지우지하는 테마가 될 전망이다.

 2차전지 업계는 LG화학이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자동차용 전지 공급업체로 공식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전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일본 업체들이 대량 리콜사태에 허덕이는 사이, 국내 업체들의 실적은 성큼성큼 약진해 본격적인 흑자시대를 열었다.

 <디지털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