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새 정부의 청사진 논의가 한창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실현과 ‘경제 살리기’ 등에 맞춰져 있는 새 정부의 미션은 그래서 ‘기업’ 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는 경제 성장률과 수출 성장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인프라 점검에 이어 조만간 정책적인 대안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IT 분야에서도 조선이나 제조 등 전통산업과의 접목으로 새로운 모멘텀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엔 IT 컨버전스로 대변되는 1차 융합기에서 IT화로 수렴되는 2차 융합기로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 진단과 함께 ‘융합’ 과제 발굴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국내 IT정책 집행 및 R&D 수행기관인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IT 르네상스’를 구가할 차세대 먹거리로 조선·의료·디지털홈·환경 로봇 등의 융합 R&D를 이끌 차세대 동력 기반으로 4대 부문을 거론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인프라·디지털 인텔리전스·융합 부품·메가 컨버전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ETRI는 TFT를 구성해 현재 중장기적 R&D 시스템인 가칭 ‘비전 2020’ 프로젝트의 마무리 손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융합에 목매는 이유=최근 IT 분야에서는 산업 부문의 성과를 타 산업 분야로 확산시키는 데서 경쟁력을 찾고 있다. 실제 IT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융합기술 및 융합제품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최근의 3G 이동통신과 가정 내 청소로봇의 결합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R&D 시작 4년 후 민간 R&D 투자가 유발되고 R&D 투자는 2∼3년 후에 설비 투자 유발효과가 나타난다. 즉 공공 부문 R&D 투자가 민간 부문 설비 투자까지 유발하는 데는 최소 ‘4+2년’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최소 6년 전부터 투자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이나 일본 특히 미국의 경우는 지난 3월 ‘디지털 프로스페리티’ 보고서에서 IT가 경제 및 사회 등 모든 측면에 통합돼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되는 경제가 조만간 구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RAND’ 보고서에는 2020년까지 실행 가능한 기술 분야 16개 가운데 14개가 IT-BT-NT 융합형 기술과제였다.
◇4대 동력 뭘 담았나=유비쿼터스 인프라 부문에서는 RFID와 USN을 기반으로 하는 유비쿼터스 IP 통합망으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R&D의 가닥을 잡고 있다.
u시티 건설이 타깃이다. 이를 위한 선행 과제로 ETRI는 인간과 사물에 대한 주소체계의 정비와 미래형 인터넷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도기적으로는 RFID 및 센서기술의 진화와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통합, 방송·통신 분야의 네트워크 통합, 단말기술·미디어기술·서비스기술의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인텔리전스 부문에서는 현재 ‘코그노 사이언스(Cogno Science)’라는 형태로 초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과도기적으로는 각종 시스템이나 기기에 지적 능력을 부여하고 제어하기 위한 SW기술과 디지털기술·가상현실기술 등에 초점을 맞춘 동력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터페이스 등 인간의 뇌 연구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및 각종 기기에 지능을 부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융합부품 부문에서는 인간의 생체신호를 감지해 분석하고 인간의 오감과 각종 신경조직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지능화된 고기능의 바이오칩 개발에 초점을 맞춰 놨다. 현재 전 세계 연구진은 바이오 인포매틱스·인공조직·바이오칩 등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TRI는 제3의 신체, 의료기기와 IT 융합, 실감 나노센서, 바이오센서, 생체신호분석기술 등과 이를 기능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광부품 및 신소자/소재(플렉시블 전자소자) 등에서 차세대 동력을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가 컨버전스는 IT가 다른 산업 및 기술의 원천기술로 작용해 융합 신기술 및 신산업을 창출하고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에 기여할 ‘융합사회’의 결정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소 이르긴 하지만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의 출현, 사물과 사물 간 네트워크 혁신으로 인간의 신체능력 확장, IT가 적용되지 않았던 기존 산업에의 IT 적용으로 산업 효율화 촉진에 초점을 맞춘 R&D 과제를 구상하고 있다.
◇융합세상 어디로 갈까=IT 기반 융합은 통상 디지털 컨버전스로 거론되는 컴퓨터·통신·방송 관련 기기 및 기능이 복합화하는 단계에서 기기·기능·서비스 등이 결합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DVDP·MP3P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 간 융합에서는 u금융·e카 등 IT 활용 범위가 보다 확대되고 타산업 분야 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해지면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지도 재편 및 이종산업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문가는 보고 있다.
특히 기술 차원의 융합에서는 IT산업 영역의 스펙트럼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면서 사업 기회의 창출이 보다 빈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융합의 확산은 현재 1차 융합에 따른 제품과 서비스가 이미 사용자의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고 향후 2차 융합에서 전통산업의 IT화로의 수렴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석지 ETRI 기획본부장은 “인간의 인지능력과 신체적인 능력의 확장으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융합기술의 개발 방향이 맞춰져 있다”며 “4대 동력별 조직체계 정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가 상호 협력해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고-최문기 ETRI 원장
“우리나라의 대표적 IT 성공작인 전전자교환기(TDX)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은 모두 대형 국책과제로 이뤄졌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하는 연구 예산 지원과 개발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국가 IT R&D를 최일선에서 이끌어온 최문기 ETRI 원장은 “향후 예상되는 융합기술 중심의 기술 트랜드에 따라 내년 조직개편을 단행한다”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차기 정부의 IT정책에 부합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세계 수준의 IT연구기관 수장답게 ‘세계 최고의 휴먼 테크놀러지 창조’라는 비전 아래 연간 세계 일등기술 3건, 국제표준특허 15건, 총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기술료 달성을 기관 3대 목표로 잡고 있다.
“내년에는 RFID 기술과 지능형로봇·디지털홈·이동통신 분야에서 대박에 가까운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 기술은 모두 유비쿼터스 세상을 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술입니다.”
최 원장은 “지상파DMB의 국제표준에 따른 해외 보급 등 기술 이전 성과와 와이브로의 국제표준에 이어 해외 진출에 따른 낭보가 들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관의 중장기 발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비전 2020’ 프로젝트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4G ‘놀라(NoLA)’ 기술의 국제표준화와 와이브로의 해외 마케팅이 실질적인 내년 사업의 타깃”이라며 “이와 병행해 차세대 아이템으로 융합기술 과제의 발굴에도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구소기업 2개를 배출했는데 기술 개발과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향후 2년 내 연구소기업 20개 창업은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최 원장은 이와 함께 “연구 환경이 안정되도록 미래경영·인재경영·책임경영·고객만족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직원에게 다양한 교육 훈련으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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