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셋톱박스 전문업체들이 해외 유수의 TV 제조업체와 손잡고 세계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가 디지털방송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각국 고유의 시장수요에 따라 최근 셋톱박스가 TV 속으로 들어가거나, TV는 더욱 슬림화하는 대신 일부 기능을 셋톱박스에 수용하는 등 이른바 일체형 제품 시장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디지털월드 등 주요 셋톱박스 전문업체는 최근 일본·유럽의 TV 업체와 제휴를 맺고 TV 내장형 또는 분리형 제품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
가온미디어는 일본 소니와 함께 TV 내장형 셋톱박스 모듈을 개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체 보유한 수신제한시스템(CAS) 및 미들웨어 기술을 활용, 해외 시장의 특성에 맞는 일체형 TV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임화섭 사장은 “소니 측에서 꾸준히 제안이 들어와 협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제휴 여부를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온미디어가 세계 최대의 TV 업체 가운데 하나인 소니와 손잡게 되면 틈새시장으로 부상 중인 셋톱박스 일체형 TV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월드는 최근 일본 히타치 및 독일·영국 현지의 TV 제조업체와 공동 개발 계약을 했다. 디지털월드는 히타치사와 유럽 TV 제조사에 내년부터 디지털TV용 보드 셋톱박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일체형 셋톱박스가 부각되는 것은 과거 아날로그 방송과 달리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는 점차 TV가 대형화하고 저마다 특성화된 시장수요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방송규격이라도 방송사업자마다 시스템 규격이 천차만별인데다 TV가 가정 내 멀티미디어 허브로 진화하면서 많은 기능을 수용해야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거실이 상대적으로 큰 미국의 가정환경에서는 점차 TV가 대형화·슬림화하는 추세여서 오히려 TV의 일부 기능을 셋톱박스로 옮기는 분리형 제품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대형 TV 제조사로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 전문업체와의 제휴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호중 디지털월드 사장은 “워낙 다양해진 요구에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는 TV 업체 스스로가 초기 수요에 모든 것을 맞출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셋톱박스 업계와 짝짓기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TV 업계도 해외시장에서 등장하는 신규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초기 출시제품은 셋톱박스 전문업체에 외주 용역개발을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