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체 사장 게임 실력은?

 게임 업체 사장은 게임을 얼마나 잘 할까? 경력과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다수는 고수에 가깝다. 자사 게임에 집중해 고렙의 칭호를 얻은 사장도 있고 경쟁사 게임까지 두루 섭렵한 대표이사도 있다. 실력과 레벨은 다르지만 분명한 건 이들의 게임 사랑은 누구보다 뜨겁다는 사실이다.

개발자 출신 사장들은 어지간한 고수를 능가하는 마니아다. 바쁜 업무 중에도 직접 개발한 경험을 살려 자사 게임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

게임 업체에서 소문난 고수 CEO는 김남주 웹젠 사장이다. 김 사장은 자사 인기 게임 ‘뮤’의 고수다. 김 사장의 뮤 레벨은 354. 더 이상 레벨을 올리지 못하는 만렙이 400이니 김 사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캐릭터는 흑마법사인데 아누비스 갑옷세트, 엑설런트 전설의 지팡이, 영혼의 날개 등 갖추고 있는 아이템도 수준급이다. 김 사장은 “지금은 경영에 집중하지만 뮤는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도 자사 게임 마니아다. 김 사장은 과거 본인이 개발에 참여한 리니지 시리즈를 즐겼지만 요즘은 내년에 선보일 ‘아이온’에 푹 빠져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짬을 내서 아이온을 직접 해보고 그 결과를 개발팀에 전달할 정도다. 북미 지역 서비스가 시작된 ‘타뷸라라사’도 김 사장이 자주 하는 게임 중 하나다.

권이형 엠게임 사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임 마니아다.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권 사장의 풍림화산 실력이다.

풍림화산은 최근 엠게임이 공개한 최대 기대작인데 권 사장은 3일 만에 22레벨까지 올렸다. 장혜선 엠게임 실장은 “3일 만에 레벨 22면 단숨에 중수 이상으로 올라간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은 마니아보다는 애정을 가진 이용자에 가깝다. 이들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경영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도 이용한다.

권준모 넥슨 사장은 가장 폭넓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개발자 출신은 아니지만 과거 대학 강단에 섰을 때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을 역임한 전문가답게 게임에 조예가 깊다. 게임산업협회장까지 맡고 있어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권 사장은 초등학생인 두 딸과 ‘메이플스토리’를 함께 하고 자사 모바일 게임을 늘 휴대폰에서 즐기는 게임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인 정영종 CJ인터넷 사장도 특정 분야의 게임에 몰두하기보다 온라인게임은 물론 콘솔게임까지 즐긴다. 정 사장은 레벨을 높이는 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게임을 골고루 하는 편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