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실물경제분야 정부조직 개편-산자·중기청·정통과기일부

 이명박 당선자가 ‘작은 정부’를 차기 정부 아젠다로 제시함에 따라, 그 동안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던 산업정책 관련 조직의 개편 방안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부 산업지원 부처의 통폐합까지 거론되고 있어, 가장 이상적인 실물경제·산업분야의 조직 모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정부조직의 문제점=기존 정부 조직은 기술과 산업의 융합, 대·중소기업 경계를 초월한 ‘기업생태계’ 간 경쟁 등 새로운 조류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어, 부처간 중복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IT분야를 놓고는 산자부와 정통부가, BT에서는 과기부·복지부·산자부가, NT분야는 산자부와 과기부가 경쟁을 벌이면서,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학기술장관회의의 140여개 안건 중 공동 안건이 54건에 달할 정도로 부처간 기능중복이 심하고, 공동 안건도 부처간 협력제고 보다는 역할과 관련한 갈등이 주를 이룬다. 부처간 따라하기(Me Too 정책)로 인한 예산낭비도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게 로봇산업으로 산자부가 지능형 로봇과 핵심기술·부품 개발에 2003년부터 4년간 1149억원을 투입했으나, 정통부도 같은기간 네트워크 로봇 및 관련 서버기술개발에 848억원을 지원했다. 업종 중심의 산업정책과 기업규모 중심의 중소기업정책간 연계성 부재도 문제다. 현재 재경부·과기부·산자부 등 21개 부처가 고유업무에서 파생된 1545개 중소기업 지원 시책을 운영 중이나, 중기청과 유사·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명목상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부처간 조정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산업정책수단은 갖고 있지 않아 예산 심의 및 정책 조정 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차기정부의 ‘산업부’(가칭) 구상=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인 지난 11월 중소기업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산자부가 대기업과 관련해서는 할 것이 없다. 중소기업 정책은 (산자부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바 있다. 본지 11월14일자 5면 참조.

실제로 산자부내 산업·무역 기능과 과기부의 산업기술관련 R&D 기능, 정통부의 IT산업 육성 기능, 중기청의 중소기업 지원 기능 등을 포괄하는 ‘산업부’ 신설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안이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가 역설해 온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의 효율적 추진에 적합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설되는 산업부는 정통부에서 IT산업진흥기능을 수행하는 본부를 통합하고, 과기부의 산업기술·원자력안정 정책도 흡수해 기능을 확대 개편한다. 또 산업부 신설과 병행해 중소기업청을 준장관급 기관인 ‘중소기업정책본부’로 격상하고, 현 과기부내 과기혁신본부처럼 산업부 조직내 하나의 본부로 둠으로써 정책 수립 및 부처협의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개편안도 거론되고 있다.

산업기능을 한데 모으는 산업부가 신설될 경우, 기업들은 대 정부 창구가 일원화되면서 부처간 중복과 갈등에서 초래될 수 있는 시간·비용의 낭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부로서는 업종 및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R&D·표준·디자인·상업화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이 가능해 진다. 특히 융·복합 기술 및 신산업의 출현 등 새로운 정책수요가 발생할 때 한 장관의 책임 아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조성된다. 또 대·중소기업간 경계를 초월한 기업생태계 중심의 통합적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자생력 회복과 동반성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산업부의 중소기업청 흡수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청장은 26일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정책이 대기업 정책에 묻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중소기업정책기관이 장관급 위원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찬반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청(중기청)과 특위(중소기업특별위원회)를 묶어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청장은 이와 관련 “현재의 중기청, 중기특위, 산자부 등으로 중소기업 정책기능이 나눠져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차기 정부에서의 중소기업 정책기관 개편 논의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자원·에너지분야는 어디로=‘산업부’ 신설로 가닥이 잡히면, 산업자원부 기능의 한 축인 자원·에너지 부문이 애매해진다. 일각에서는 자원·에너지 정책을 환경·건설교통 관련 부처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서로 유사하다는 관점에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자원빈국인 한국은 산업기술과 밀접한 해외자원개발·신재생에너지부문의 R&D·에너지 관련 산업기술의 수출 등을 고려할 때 산업부의 울타리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너지와 환경은 서로 견제해야 하는 상반된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한 부처에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일본·영국 등 대부분의 OECD국가들도 에너지자원조직을 실물경제부처내의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