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디지털콘텐츠-고성장 지속, 고부가 창출 기대

 1986년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한 비디오 쇼 ‘바이바이 키플링’을 선사했다. 그는 이 쇼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문화를 통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문화다.

 백남준이 제시한 ‘문화’는 문화원형이자 상상력의 힘을 상징한다. 콘텐츠산업의 출발도 이 문화원류와 상상력의 결합이란 점에서 동과 서가 함께 즐기고 나누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미 우리 정부는 5년 전 미래 수종산업으로 6T선정하면서 문화산업(Culture Technology)을 꼽았다. 문화산업, 즉 콘텐츠 산업의 육성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원형과 문화경험 그리고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문화콘텐츠의 힘은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드러났다.

 중국에 수출된 게임 리니지, 바람의 나라, 미르 등에서 성공의 법칙이 문화에 있음을 확인했다. 카트라이더와 오디션 등의 게임에서 우리는 기존 타성을 깨는 즐거운 상상력의 결실을 취할 수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디 워’ 등 영화콘텐츠를 통해서 한국문화가 가진 저력과 힘을 확인했다. 뽀로로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을 넘어설 가능성과 전략도 읽었다. 뿌까, 배찌와 다오 등의 캐릭터도 동심의 상상력을 되찾아주며 경제를 키우는 즐거운 산업으로서 캐릭터산업의 위상을 보여줬다.

 이러한 문화와 상상력 기반의 콘텐츠산업은 세계적 IT인프라와 함께 그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우리의 인터넷인프라와 경험은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고부가 창출을 이끌어 낼 기대산업으로 우뚝 세워놓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최근 3년간 연 14.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국내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무선 인터넷으로 인한 모바일 환경과 IPTV 등 통방융합 환경 속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라며 “디지털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에 따른 저작권 기술의 발전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성장하는 디지털콘텐츠산업=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디지털콘텐츠 산업규모는 전년보다 13.8% 증가한 약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에 기록한 성장률보다 1.8% 높아진 수치다. 이는 바다이야기 사태와 비디오게임 시장의 급감으로 정체됐던 게임 산업의 성장률이 회복되고 그와 함께 디지털 방송과 콘텐츠 거래·중개 산업이 성장세에 들어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디지털콘텐츠 산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 평균 11.4% 정도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시장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설 2011년에도 11.0%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소비 지출 증가율이 4%에 머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9조원이 넘는 현재의 시장 규모가 5년 후인 2011년에 15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은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얼마나 높은 규모의 성장을 지속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산업육성에 정부도 본격 나서=디지털콘텐츠 산업을 신수종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정부는 이미 ‘세계 3대 디지털콘텐츠 강국’을 목표로 기업의 R&D 활동 지원강화 방안 및 글로벌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 제시했다. 신규 디지털콘텐츠시장 육성을 위해 IPTV 서비스 관련법 등 법·제도 정비와 연구개발(R&D) 지원 강화에 나서는 한편 관련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디지털 융합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통방융합 콘텐츠, e러닝, UCC 등 신규 디지털콘텐츠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법·제도의 정비 지연으로 신규 서비스 활성화가 미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 법령 개정 준비 등 제도화 작업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법·제도 정비에 따라 방송통신융합형 콘텐츠, e러닝 콘텐츠 기술개발 등 신규분야의 콘텐츠 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새해에 방송통신융합형 콘텐츠 제작지원 20억원, 셋톱박스 게임용 콘텐츠 등 가치사슬연계 콘텐츠 개발지원 35억원, 3D 인터렉티브 기술개발 등 디지털콘텐츠 기술개발에 3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디지털콘텐츠 기술개발 지원도 확대한다. 신규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융합형 디지털콘텐츠 기술이 필요하나, 국내기술과 세계수준과의 격차가 존재하고 부처 간 유사분야 기술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 기술개발 예산을 2012년까지 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전략분야의 R&D에 집중키로 했다.

 ◇디지털콘텐츠 세계시장으로 가자=디지털콘텐츠 업계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도 불구하고 영세성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중소업체가 국내 디지털콘텐츠기업 62% 이상을 차지하는 점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고석만 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은 “국내 디지털콘텐츠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외 메이저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콘텐츠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공동제작 형태를 확산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기업은 글로벌 공동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같은 해외기업 간 전략적 제휴는 대부분 온라인게임 등 특정산업 분야 치중됐다. 따라서 정부는 세계시장의 주류이나 우리의 열위분야(디지털영상, 콘솔게임)에 대한 전략적 공동개발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무엇보다 대·중소기업간 공동 해외진출로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IT의 발달로 네트워크, 기기, 콘텐츠 간 융합현상이 진행됨에 따라, 원활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네트워크·기기·콘텐츠 업체 간 공동 협력의 필요성 증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서비스업체, 기기업체의 해외진출 시 중소 디지털콘텐츠 기업이 쉽게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 간 가치사슬연계사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