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고지 점령’의 각오가 필요하다

 정부가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고 그에 따른 성과도 적지 않았다. 2003년에서 2005년까지 3년간 통계를 보니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의 성장률은 10.5%, 수출증가율은 무려 40.3%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산업에서 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런 ‘숫자’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간 우리 대한민국이 단순 문화수입국이 아니라 수출도 하는 명실상부한 문화교역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국민의 의식 속에 잠겨 있던 문화적인 열등감도 상당 부분 극복됐고 문화콘텐츠 창작자와 제작자도 이제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류’가 아시아에서 주류 문화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으면서 문화산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위상 제고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문화콘텐츠를 수출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소룡에서 시작해 이연걸로 이어졌던 홍콩 무협영화도 20년이 넘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1990년대 후반 쇠락하기 시작해 아직까지 재기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한류에 대해 각 국가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대처능력에 따라 홍콩 영화의 전철을 따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2007년 우리 영화와 드라마의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 지난 10년간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하기 위해 번데기와 탈피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처럼 우리 문화산업도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고 안정적인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발상 전환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몇몇 작은 사례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평정할 만한 ‘100년 가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고지를 점령해야 하는 전투병의 절박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이 기존의 장르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통섭(統攝)적인 시각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제는 ‘원소스멀티유스(OSMU)’가 아닌 ‘멀티소스 멀티유스(MSMU)’의 개방적인 시각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새로운 창작물뿐만 아니라 기존에 제작된 콘텐츠까지도 광범위한 원천재료로 활용하는 대범하고도 입체적인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문화산업에 대한 공공 부문의 지원방법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20세기 문화정책의 미덕이었던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문화산업의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21세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지원기관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고 리스크도 같이 끌어안는 ‘조인트벤처’의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사업담당자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최종 유통까지 책임지는 프로젝트매니저(PM)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고석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smko@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