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신여성 인재가 경쟁력이다

 여성특유의 적응력과 섬세함, 균형감각이 전 산업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곳이 IT산업계다.

IT분야를 보면 이런 특성을 살린 여성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활약상을 보인다.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여성임원의 비율이 3%인 반면에 IT기업에서는 여성임원 비율이 5∼10%에 이른다는 통계고 보면 IT분야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여성의 섬세함을 살릴 수 있는 분야일지 모른다.

수킨더 싱 캐시디 구글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여성 특유의 ‘적응력’이 급변하는 IT산업계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녀가 말하는 적응력은 민감한 환경변화를 자기 기회로 소화하는 능동적 적응력을 의미한다.

우미영 시트릭스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적응력’을 앞세워 민감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성공한 대표적인 IT 신여성 인재다.

영문학도 출신인 우미영 대표는 첫 직장인 나눔기술에 들어간 직후 대학노트 3∼4권 분량을 쓰며 기술적인 용어를 공부했고, 이후에는 기술 트렌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책을 번역해 내기도 했다.

우 대표는 “답답하면 스스로 일을 벌여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윤지영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은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트의 게시판 서비스 ‘통’, 사내지식 서비스 ‘앎드로매다’ 등이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 ‘균형감각’ 역시 여성이 IT업계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아이언 키드’를 미국 전역에서 방영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디자인스톰의 손정숙 대표. 디자인스톰은 삼성 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1999년 독립법인이 됐다. 삼성 SDS시절부터 함께 일해 온 정대식 이사는 손 대표에 대해 “항상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조직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게 첫 애니메이션 도전작인 아이언 키드를 성공시키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e스포츠계의 유일한 여성 감독인 삼성 칸의 김가을 감독 역시 게이머 출신이라는 강점을 살려 선수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균형 감각으로 ‘신한은행 프로리그2007’ 전기리그 우승을 끌어냈다.

IT업계에서 신여성 인재의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체의 노력도 크다. LG CNS는 사내에 어린이집을 마련해 여성 인력의 육아 부담을 덜었다.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서 여성 인재의 업무 몰입도도 한층 높아졌다. LG CNS의 임직원 중 여성 인력 비율은 21%며 과장급 이상의 관리자 중에서 여성비율도 15%에 이른다.

LG 경제연구원은 기업이 여성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육아 시설 지원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연 근무 프로그램 도입 등을 꼽았다.

IT분야에서 일하는 신여성 인재 개개인이 발휘하는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를 인적 네트워크로 엮지 못하는 부분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IT업계 파워인물 550명에 포함된 27명의 여성 CEO의 학연이나 직장연 등 ‘사회 인맥’을 갖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스스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들은 멘토 시스템 운용 등으로 신여성 인재 네트워크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IT 신여성 인재는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배들에게 ‘능력으로 승부할 것’을 강조했다.

IT업계 역시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승진의 한계)이 존재하긴 하지만 다른 직업군에 비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비교적 잘 돼 있어 자신의 노력만 뒷받침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적응력과 균형감각, 섬세함과 정확성 역시 IT산업에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중요한 능력의 일부이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