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IT 신여성 리더 3인 인터뷰

김동석(395)
김동석(395)

 조직에서 리더가 되는 일은 어렵다. 남성이 주도하는 IT업계에서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남성보다도 더 많은 역량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6년간 IT업계에서 일하며 각자의 분야에서 리더가 된 여성 3인방의 경험은 새겨볼 만하다. 네트워크 장비, e러닝, 게임 등의 분야에서 각기 CEO, 또는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 여성이 꼽은 무기는 ‘도전’ ‘열정’ ‘과감함’이었다.

 

#1. 좌절감을 느낄 때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미영 시트릭스시스템즈 코리아 대표(40)는 네트워크 장비 업계 유일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문과 출신인 그는 “16년간 IT분야에서 일하면서 크고 작은 한계에 부딪히거나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때마다 그는 책을 번역한다거나 신문 기고문을 쓰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한다.

 CEO로서 그는 “여성 인력 중에 좋은 인력을 얻기가 훨씬 더 쉽다”고 말한다.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도 뛰어나거니와 일에 대한 애정이나 남다르기 때문.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직장에서 좋은 출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라”고 충고한다.

 기술적인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자료조사와 웹서핑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우 지사장은 틈틈히 하는 골프 연습도 경쟁력 갖추기의 하나라고 귀띔했다.

#2.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 오늘 하루를 산다.

e러닝은 다른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다. 하지만 CEO나 고위 임원직에 여성 인재의 진출은 여전히 드물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35)는 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의 홍보·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메가스터디의 설립멤버로 경영관리를 제외한 홍보, 마케팅, 온라인 사이트 운영, 상품기획 등을 두루 거쳤다.

 손은진 전무는 특별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겸손해 한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 살고 죽을 것처럼 일한다’는 손 전무의 경쟁력은 바로 일을 향한 열정이다.

  그는 “일 속에서 터득하는 지혜가 가장 큰 자산이고 오래간다”며 일을 통한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이 많은 연말과 연초에는 좋아하는 산책도 즐기지 못할 만큼 바쁜 그에게 오랜 습관인 잠들기 전 독서는 유일한 행복이다.

 손 전무는 “온라인 서비스 영역은 섬세한 관찰력, 예리한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지금 분위기와 구조대로라면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3. 검증받는 과정이 두렵지만 피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가 내년 공개할 대작 아이언. 권현숙 캐릭터팀장(35)은 40명의 개발자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일한 여성팀장이다. 권 팀장의 역할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외형, 복식, 전투 등을 구현하는 일의 총괄책임자다.

 그가 게임 그래픽 분야에 종사하면서 발견한 여성 인재의 강점은 꼼꼼함. 권 팀장은 “업무 특성상 작업량도 많고, 그에 따른 데이터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여성들이 확실히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현숙 팀장의 꿈은 입체영상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 그 꿈을 위해 그는 비단 게임 동향뿐만 아니라 패션과 문화전반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팀장으로서 남성 팀원들을 호령하다 보니 때로는 “대가 세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권현숙 팀장. 그는 업계에 입문한 후배들에게 “검증받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평가와 검증 속에서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