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워즈니악 IWOZ
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펴냄.
두 명의 천재가 있다. 하나는 아주 내성적이고 어릴적 왕따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수학과 과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고 훗날 애플이라는 회사를 세워 세계 최초 개인용 컴퓨터(PC)를 만든 천재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다른 하나는 워즈니악보다 컴퓨터에 조예가 깊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대할 때 사업적으로 성공할만한 아이템을 가려내는 탁월한 안목과 사람들로 하여금 그 제품을 열망하고 자신이 정한 기술 패러다임을 따르도록 만드는 마케팅 천재이자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다. 당신은 이 둘 중 누굴 닮고 싶은가.
역사는 스티브 잡스를 편애했다. 새로운 기술을 창조한 워즈니악보다 그 기술을 상품화한 잡스가 늘 주목을 받았다. 잡스에게는 카리스마·혁신·창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언론은 잡스에게 경이와 찬사를 연발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프로그램을 짜고 PCB를 조립한 워즈니악은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 호사가는 워즈니악을 ‘불운한 천재’라고 부르기도 했다.
워즈니악의 자서전 ‘스티브 워즈니악 아이워즈(IWOZ)’는 그에 대한 종래의 선입견을 깨는 책이다. 그간 알려진, 두 사람의 스티브가 컴퓨터회사를 차려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를 만들었으나 갈등을 빚다 결별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됐다는 애플에 관한 스토리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이 애플을 세우고도 말단 엔지니어로 일한 것(혹자는 잡스에 밀려 CEO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새 회사를 창업하기 위해 애플을 나온 것(소문엔 잡스와의 갈등으로 그만둔 것이라고 했다)이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결정이라고 워즈니악은 말한다. 그리고 워즈니악은 잡스를 여전히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잡스는 아직 워즈니악에 화가 난 듯 보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학창시절 과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휩쓸고 전화 해킹장치 블루박스를 만들던 어린 천재가 어떻게 컴퓨터에 눈을 뜨고 애플을 창립했는지 워즈니악의 시선으로 술회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1세대 기업 창업자에서 또다른 벤처 CEO로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공동 록 콘서트를 주최한 기획자로 초등학교 컴퓨터 교사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살아온 한 남자의 유쾌한 모험담과 고백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대부분의 자서전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모든 일이 자신의 뛰어난 재능 때문에 가능했고 스스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독자를 설득하려는 대목에서는 간혹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그 조차도 워즈니악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아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간 잡스를 다룬 국내외 도서는 많았지만 워즈니악에 대한 이야기는 ‘스티브 워즈니악 아이워즈’가 처음이다. 더욱이 대중 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워즈니악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히는 애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잡스도 애플도 없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로 잡스가 없었다면 워즈니악은 애플을 세우지도 PC의 아버지란 명성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애플과 정보통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잡스의 책과 함께 이 책을 꼭 읽고 넘어가길 권한다. 1만3000원.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