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중동·아프리카-IT부문 10% 고성장 행진

 두바이 최대 쇼핑몰인 시티센터 내 한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평판TV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두바이 최대 쇼핑몰인 시티센터 내 한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평판TV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첫번째는 역사적인 발전 궤도 상에서 기회를 맞이하고 있고, 두번째로는 자원과 원자재의 보고라는 점이며, 세번째는 그동안의 종족·종교·이념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 중아지역사업본부장인 김기완 부사장은 중동·아프리카 시장이 앞으로 ‘뜰’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이렇게 세가지로 압축했다. 갈수록 치솟는 원부자재 가격과 자원의 힘은 더이상 중아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며, 오랫동안 분쟁이 끊이지 않던 급진적인 정치 지형도도 최근 세대 교체를 통해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에 이어 근래 중국이 축적한 경제력을 토대로 중아 시장에 대대적인 인적·물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하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질서에서 우리가 주역의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아 시장의 변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배경이다.

 ◇태동하는 중아 IT 시장=업계에 따르면 부품류를 제외한 중아 지역 전체의 IT 시장규모는 지난해에만 307억달러, 오는 2010년께면 4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신장률이 무려 10%에 달하는 수준으로, 그동안 뒤처졌던 성장을 단숨에 이뤄낼 수 있는 정도다. 이 가운데 최근 보급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제품은 역시 휴대폰. 지난해 휴대폰 시장은 수량 기준으로 1억대 남짓, 금액으로는 14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특히 평판TV·냉장고·에어컨·PC는 아직 전체 규모는 미미하지만 최근 전세계 시장 성장률을 웃돌며 급성장하고 있다. LCD TV는 연평균 성장률이 29%, PDP TV는 16%, 에어컨·PC는 15%에 각각 달해 전세계 평균치의 배 이상이다. 중아 지역의 속성상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소비 양극화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중아총괄 유성 상무는 “소득수준이 낮아 저가 제품 시장이 주류를 이루지만, 전체적으로 IT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품목은 오히려 휴대폰과 평판 TV”라며 “중동 지역에 이어 오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아프리카 시장도 특수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아 IT 패권을 잡아라=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최근 아프리카 현지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구 상에 남아있는 자원은 아프리카밖에 없다. 아프리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른 시일 내 아프리카를 비롯해 중아지역 신흥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 국내 IT 기업들의 인지도는 좋은 편이다. 브랜드 조사기관인 RI에 따르면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에서 삼성전자·LG전자가 소니·노키아와 더불어 4대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 기업들의 반응도 남다르다. 아랍에미리트의 주요 IT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알샤이 브러더스’사의 압둘 자바 회장은 “5년 전만 해도 노키아와 소니·샤프·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만 알려졌지만,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톱 브랜드 자리에 올라왔다”면서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아 시장에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한국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일달러’ 넘쳐나는 중심시장, 중동·아프리카

 77개국, 13억8000만명이 포진한 중아 시장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5년간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넘처나는 오일 달러의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이 대대적인 경제개발 계획에 착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과 산업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건설·무역·플랜트 기업들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에 대거 진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중아 지역에서 130억달러에 달하는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해외 플랜트 수주액의 57%를 차지하는 규모. 지난해 연간 단위로는 무려 250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공·나이지리아·이집트·모로코·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재 보유국답게 그동안 벌어들인 달러로 다각적인 경제개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오는 2010년 남아공에서 월드컵 대회가 개최되는 것도 아프리카 지역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 물론 아직은 대규모 경제개발 사업이 산유국과 원자재 보유국에 그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최저 생활 수준으로, 국가별·소득계층별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알제리·모로코·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3국은 최근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최근 중아 지역 국가들이 SOC 구축사업에서 나아가 이제 서서히 IT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육성 정책에 눈돌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친디아·브릭스에 이어 향후 최대 유망 시장인 중아 지역에서 국내 IT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워낙 경제수준이 낙후된 탓에 여타 시장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데다, 정치·문화·경제 수준도 지역에 따라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시장 진입에 따른 ‘비용’이 더 큰 것으로 간주돼 왔다. 최근에서야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에 나서면서 국내 IT 기업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