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은 좋지 않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경기 전망은 그리 녹녹치 않다. 주로 국내보다는 해외가 문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 및 미국 경제성장률 하락, 인플레 우려 등 중국 경제의 경착륙 문제. 여기에 고유가와 환율 불안정 등도 올해 우리 기업들이 뛰어넘어야할 과제다. 그렇다고 내수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단지, 새롭게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만은 IT업계가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그동안 족쇄와 같던 규제를 크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통·방 융합 등 컨버전스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피력했다. 기업 환경은 분명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해외 IT경기는 ‘기대’보다는 ‘우려’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가트너는 올해 세계 IT부문 투자규모 증가규모가 5.5% 상승한 3조3000억달러로 예측했다. 8%(3조달러)였던 지난해보다 무려 2.5%p나 줄었다.
이같은 해외여건에도 국내 IT업체들은 ‘우려’보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 베이징 올림픽 등 올해 기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트너가 ‘베이징 특수’를 예상했던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최정상에 올라선 LCD TV 및 가정용 에어컨업체들도 신시장 급성장 등으로 2위와의 차이를 더 벌일 수 있는 기회로 벼르고 있다. 휴대폰업체들도 기존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D램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반도체 업계는 올해 수급정상화와 함께 가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e러닝업계도 올해를 맞는 기분이 남다르다. 올해 2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e러닝업계는 곧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의 일환으로 e러닝에 관심이 높아, 기대 이상의 성장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IT서비스와 SW 분야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금융업계가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나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한국 IT산업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기업간 합종연횡과 이에 따른 시장개편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통신.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함께 후속으로 예상되는 KT그룹과 LG통신그룹의 대응이다. 유무선 경계는 물론 방송과 통신의 경계까지 허물어지며 시장의 대대적인 회오리가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유통업계도 구조개편이 예상된다. 대우일렉이 연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한계에 직면한 중소가전업체들도 이합집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 한판 승부는 온라인게임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이 야심작인 ‘아이온’과 ‘헉슬리’를 각각 선보이며, ‘스타크래프트2’ ‘반지의제왕’ 등 해외 대작과 정상 자리를 높고 혈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