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머니(Love Money)’
‘사랑의 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친구, 친척 등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서 투자받는 돈이다. 지역 IT기업에 이 러브 머니는 가장 큰 돈줄이다. 지자체나 벤처캐피털에서 제대로 투자받지 못하고 있기에 투자의 대부분을 러브 머니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말 속에는 지역 IT기업의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지역 IT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수도권 지역과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IT산업은 어느 업종보다 지역색을 벗어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IT업체 치고 수도권에 본사를 두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70%, 고용의 80%, 생산의 85%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생산성 기준으로 서울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100으로 봤을 때 모 지방의 생산성은 10 미만으로 열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는 등 수도권과 지방 간 소프트웨어 산업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역 IT산업이 거친 생존의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지자체와와 지역 IT 진흥기관은 무조건 미래분야를 추구하기보다는 지역이 잠재 요소로 갖고 있는 틈새 IT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IT정책 자금은 기업에 절실히 필요한 분야와 적절한 단계의 요소요소에 투입해야 한다. ‘러브 머니’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 볼 때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지역 소재 IT기업으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여건도 제공해야 한다. 영국·아일랜드 등 지방자치가 발달한 국가는 지방정부 주도로 기업유치 및 클러스터 형성에 파격적인 지원과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단체장은 경영의지를 더욱 확대해 투자유치, 수익창출 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수동적·소극적 자세로는 지역 IT산업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지역 IT기업은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은 물론이고 기업 간 협업,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열악한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최근 대구와 부산 지역의 IT기업이 사업 다각화 및 신성장분야 확보를 위해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다.
거친 생존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기업이다. 알을 품는 것은 어미닭이지만 두꺼운 알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바로 병아리인 것처럼 지역 IT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특화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자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IT기업이 스스로 알을 깰 수 있는 힘을 길러 거친 파도를 넘어 더 넓은 바다로 나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ymyou@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