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IPTV 100만 가입자 돌파를 목표하고 있는 KT가 셋톱박스 추가 공급사로 미리넷·매버릭시스템·다산네트웍스 등 3사를 최종 선정했다. 이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IPTV 셋톱박스 시장은 부동의 1위인 하나로텔레콤의 셀런를 비롯, 현대디지탈텍·LG전자·LG노텔·가온미디어 등 총 9개 업체가 가세하면서 치열한 혼전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공급사 추가 선정 과정에서는 역대 최저가 입찰을 단행, 과거 초고속인터넷 붐이 일던 시절 ADSL 모뎀 업계를 고사시켰던 KT의 저가입찰 관행이 또 다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대표 남중수)는 최근 기술·경영·가격평가를 토대로 다운로드앤플레이(D&P) 셋톱박스 공급사를 심사한 결과, 통신장비 전문업체들인 미리넷(대표 유광훈)·매버릭시스템(대표 최영열)·다산네트웍스(대표 남민우) 등 3사를 선정했다. 이 업체들은 새해 4월께부터 총 15만대 규모의 D&P 셋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미리넷이 50%, 매버릭시스템이 30%, 다산네트웍스가 20%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여겨졌던 KT의 공급사 구도가 대부분 신생 전문업체들에게 돌아가면서 IPTV 셋톱박스 시장은 다수 업체들이 난립하는 혼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셀런이 하나로텔레콤에 총 100만대를 공급,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휴맥스가 각각 6만대 안팎으로 뒤를 잇고 있다. 나머지 후발 전문업체들은 KT·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의 공급사로 참여하기는 했으나 아직 수주 물량을 확정받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KT의 추가 공급사 선정은 기술·경영심사 항목보다 가격이 최우선시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참여 업체들에 따르면 셋톱박스 공급가격이 대당 20% 가까운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탈락업체 관계자는 “KT의 공급사 선정결과가 앞으로 IPTV 셋톱박스 시장에서 일종의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면서 “문제는 공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서비스 안정화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KT가 하나로텔레콤보다 뒤늦게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ADSL 모뎀 납품가격을 대폭 깎으면서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에 나섰던 전례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는 2008년 국내 IPTV 시장에서 KT가 100만 가입자, 하나로텔레콤이 150만 가입자, LG데이콤이 20만 가입자를 각각 목표로 내세우면서 많게는 200만대, 금액으로는 3000억원 이상의 셋톱박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