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한국’ ‘전자 한국’의 명운을 가를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아침이야 늘 가슴 벅찬 희망으로 맞이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지난 20년간의 신화 창조를 지속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서 다시뛰기 위한 설레임과 불안한 희망이 교차하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 이상의 압축성장과 세계 시장 선도력을 갖춘 한국 전자 정보통신산업은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무자년 첫 아침의 각오는 그래서 더욱 비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정확히 샌드위치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시장과 기술을 주도할 최첨단 하이엔드 분야는 일본에 여전히 뒤진다. 일반 로엔드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에 추월 당한 지 이미 오래다. 1, 2등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지금의 자리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비록 정보통신 분야에서 갖가지 세계 최초 기술과 상용화를 이뤄내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한발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살얼음판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용납할 여유가 없다.
희망적인 것은 ‘전자한국’을 둘러싼 기회 요인이 의외로 폭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다.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신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기업 친화’ ‘시장 친화(비즈니스 프렌들리)’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모든 규제를 앞장서 제거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부를 창출하는 데 전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당장 주요 그룹사도 무자년 투자 계획을 50∼100%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민간이 지향점을 공유하고 함께 달려간다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 비록 샌드위치 신세지만 ‘IT한국’을 이끌어온 핵심 경쟁력, 즉 일하는 사람의 열정과 숙련도라는 자산은 고스란히 우리 손안에 있다. 일본이 한다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긍적적 사고와 도전 정신은 여전히 우리를 지탱해 주는 최고의 경쟁력이다.
산업 환경도 우호적이다. 지난 2년간 최악의 가격 하락으로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는 바닥을 다지고 재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D램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플래시메모리 수요의 견조함으로 전자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무자년 새해 재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저점을 찍고 유턴에 성공한 최강 디스플레이산업은 올해 최고의 활황세가 예상된다. 3세대 및 고가 시장 진입에 안착한 휴대폰 역시 사상 최대 수출이 기대된다. 유무선 통합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한 통신 분야는 매출과 수익이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IPTV법 통과가 상징하는 컨버전스 시장도 무자년 새해 우리에게 빅뱅 수준의 엄청난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지난해 체결된 한미 FTA는 10% 이상의 IT성장이 예견되는 동시에 북미시장이라는 준거 사이트를 확보한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탄탄대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특수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제1 교역국으로 등장한 중국시장을 보다 확실한 ‘전자한국’의 안방으로 만들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내수 역시 신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을 통해 소비가 살아날 것이다. 산업과 기업에는 제2의 신화 창조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된 셈이다. 우리 기업들은 IMF를 거치면서 지난 수년간 완벽한 체질개선과 신성장 동력 찾기에 최선을 다했다. 이제 실천력만이 남았다.
우리는 늘 위기 속에서 살아왔지만 이를 멋지게 기회로 반전시키며 여기까지 왔다. 가장 어려운 순간 무자년 새해를 맞지만 ‘할 수 있고 해내야 한다’는 정신이 IT공동체의 명제라면 우리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