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지역 IT산업]새해 산·학·연·관 혁신 전략

  ‘지역이 희망이다’는 논제는 명확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실현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 발전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고루 잘사는 국가 건설을 목표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도 만 4년째를 맞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각 지자체는 물론이고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중앙 정부는 지역과학기술 진흥, 지역 정보화 촉진 및 정보통신 진흥, 지방대 육성 등 크고 작은 지원사업을 벌이며 지역 발전을 꾀해왔다.

지역 IT산업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고 뚜렷한 활로도 찾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기에 기업이 실적으로 당당히 말하는 무자년 성취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새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새 정부의 밑그림 그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새해 지역IT산업 발전 주체인 지역 산·학·연·관이 다시 뛰기 위해 절치 부심하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활로를 모색할지 각계의 여론을 모아 본다.

◇“내부 경쟁력을 키우자”=지역 IT업계의 미션은 ‘내부 경쟁력 강화’로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의 지적처럼 지역 업계가 정부 및 지자체 지원과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부산의 IT기업 중 매출 100억원을 넘는 경우는 실제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SW분야는 중견 규모 이상을 찾기 어렵고 거대 조선소 등 중공업에 기대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기껏 수백, 수천만원 정도의 일감을 얻어 연명하는 열악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돈이 들어오는 정부 및 지자체 지원과제는 지역 기업에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마약’처럼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위에서는 자생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주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과제에 선정되면 “직원 월급부터 해결해줘야 한다”며 “이로써 수개월은 버틸 수 있게 됐다”는 말은 최소한 지역업계가 듣지 않아야 한다는 것.

지난해 말 광주 광산업진흥회가 공모한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4개 R&D과제 수행기업 모집에는 과제별로 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같은 높은 경쟁률의 배경에는 R&D과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명 ‘연구형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 광산업체는 현재까지 290개사로 늘어나 올해에만 총 매출 8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절반 이상이 매출 10억원 미만에 머물러 있는 구조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광산업계 관계자는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 마케팅 등 기업 본연의 활동은 등한시한 채 연구비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그릇된 인식이 광주 광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뼈 있는 지적도 나오기에 하는 말이다.

IT벤처기업이 다수 몰려 있는 대전 역시 과제 중심 경영은 극복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원과 각종 민간 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이곳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나오는 과제 수도 많다. 또 지역 기업인 다수가 정부출연연구원 출신이어서 과제 확보는 또 다른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전 지역 IT벤처 중 연구기관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홍봉희 부산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자체 기술 확보 등 기업 내부 경쟁력이 일정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정부나 지자체 지원과제가 이를 밀어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독자적인 기술 및 제품을 확보하려는 기업 스스로의 자기 희생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업종별 구심점을 찾아라”=지역별로 움직이는 여러 협의체의 구심점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광주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IT벤처기업인 네트워크가 없어 IT산업의 발전을 논의하거나 의견을 수렴할 통로가 지극히 제한적인 구조로 돼 있다.

지난 2002년 뜻 있는 몇몇 IT벤처인이 모여 ‘무등벤처밸리연합회’를 출범시켰으나 2년이 못 돼 흐지부지됐고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상태로 협의체의 필요성만을 공감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후 대학 교수와 IT기업인이 다시 모여 포럼과 워크숍 등을 통해 상호 정보교환과 정책 토론 등을 추진해 왔다. 광주·전남지역 IT업계를 대표할 만한 구심점 역할은 아직 미진하지만 협력의 출발선은 넘어선 셈이다.

부산은 수많은 협의체가 결성과 해체 과정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진 ‘부산IT발전협의회’는 그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지역IT기업의 대표 단체로 알려진 부산정보기술협회는 역량 부재와 회원사의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들 협의체를 외면하는 기업까지 어떻게 끌어안느냐를 고민 중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열악한 지역 IT기업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내부 문제도 문제지만 이를 풀어줄 지자체 및 지원기관의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대구는 IT기업을 위한 지원 인프라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원스톱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200여개의 모바일 업체가 한곳에 모여 활동하고 있고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10여개나 된다. 상호 기관 간 협력이 미진한 부분은 업계와 지자체·관련 단체 등이 모두 나서 풀어야 한다.

대전은 대전시첨단산업진흥재단 내 소프트웨어사업단이 지역 IT지원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사업단이 다른 지역의 유사 기관인 정보산업진흥원의 역할을 하면서도 독립 기관이 아닌 탓에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의 백화점 나열식 IT 육성 정책도 점검해 봐야 할 때다.

부산은 물론이고 대전 등 전국 지자체 공히 두리뭉실하고 포괄적인 IT산업 지원책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 산업 특성을 고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지자체 IT담당 관계자의 답변 이전에 새로운 모멘텀을 찾으려는 역발상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지역 IT산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기획력이 급선무”라며 “지역 특성을 고려하되 얽매이지 않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IT산업 육성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팀

◆지역 산·학·연·관 혁신 과제

기업 정부 및 지자체 과제 의존 탈피 자체 기술 확보 등 내부 경쟁력 강화

협의체 명맥만 유지하는 협의체 체계적 실질적 활동으로 유명무실이 아닌 무명유실

대학 이론만 앞세운 현장 실무 능력 부재 기업과 함께 윈윈하는 적극적 산·학협력 주체

연구소 성과 중심 연구 풍토 실용 및 상용화 기술 연구

지역 기업지원 기관 형식적 표면적 지원 행태 찾아가는 기업지원 서비스 구축

지자체 중구난방식 IT육성 정책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IT산업 육성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