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칩 분야는 업력이 기술력

 “아날로그 칩 분야는 업력이 곧 기술력”

 아날로그 칩은 오랜 시간 노하우가 축적돼야만 해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다. 이로 인해 아날로그 칩 분야만큼은 TI·내셔널세미컨덕터 등 전통의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한다. 1930년 설립된 TI는 전체 아날로그 칩 시장에서 점유율 14%로 선두를 달린다. 아날로그 칩은 TI의 반도체 매출액 중 40%를 차지하고 TI의 성장동력 중 중요한 부분이다. TI는 전력관리·데이터 변환·앰프·인터페이스 분야 등의 다양한 아날로그 칩을 선보여 왔으며 고성능·저전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TI, 아날로그칩 회사 인수에 적극적=TI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칩인 전력관리칩(PMIC) 시장에서 15% 점유율(2006년)을 달성해 1위를 기록했다. 전력관리칩 시장은 69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009년에는 약 107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TI는 아날로그 칩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수년간 많은 아날로그 칩 회사를 인수·합병했다. 유니트로드·파워트렌즈(1999년)·버브라운(2000년·고성능 데이터 컨버터 설계업체)·칩콘(2005년·저전력 RF 트랜시버 디바이스 설계업체)·ICD(2007년·RF 집적회로 설계업체)·파워프리사이스솔루션스(2007년·휴대형 전원관리칩 솔루션업체) 등이다.

 TI 관계자는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보다 아날로그 칩 전문가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아날로그 칩을 더 빠르고 쉽게 설계할 수 있는 지원툴과 자료·첨단 공정기술과 제조 시설이 있다”며 “TI의 고성능 아날로그 사업부는 현재 5만여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내셔널세미컨덕터,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높여라”=1959년 설립된 내셔널세미컨덕터도 전력관리칩·디스플레이 드라이버·오디오 OP 앰프·인터페이스 제품·데이터 변환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아날로그 칩을 선보여 왔다. 휴대폰·디스플레이·통신장비·의료기기·자동차·산업기기·계측기 등의 용도로 공급했다. 내셔널은 독자적인 설계를 통해 고성능 부가가치 아날로그 칩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해 왔다. 특히 고객에게 가능한 한 초소형 초박형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패키징 기술과 이런 회로를 유리판 뒷면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기술(COG:Chip-on-Glass)을 보유했다.

 지난 2002년 내셔널은 ARM의 프로세서 내부에 적용되는 파워와이즈(PowerWise) 회로를 최초로 도입했다. 이 회로는 휴대폰에 적용될 경우 각각의 특정 작업에 필요한 만큼만 에너지가 소모되게 하기 때문에 휴대폰 배터리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 내셔널 측은 “내셔널이 아날로그 칩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설립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집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아날로그 칩 설계툴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잠재적인 경쟁사가 우리의 설계를 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종 아날로그칩 업체를 키우자=아날로그 칩 분야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사장은 “우리나라에 경쟁력 있는 전문 전력관리칩 회사가 없는 것은 해외의 기존 칩 공급처를 그대로 이용해 왔기 때문”이라며 “핵심부품인 전력관리칩을 해외에서 도입하면 그 칩을 장착한 완제품의 기술 정보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LG전자·LG필립스LCD 같은 전자제품 분야 대기업들이 핵심 아날로그칩 업체들과 더 긴밀한 전략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빈스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아날로그 칩 시장은 상위 6개 공급사가 전체 시장의 50%를 점유했다. 총 매출은 186억달러에 달했다. 상위 5위는 TI·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NXP세미컨덕터(필립스에서 분사한 회사)·아날로그디바이스 순으로 변동이 없었다. IC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도 세계 아날로그 칩 시장 순위는 TI·ST마이크로·인피니언·필립스·아날로그디바이스·내셔널세미컨덕터·프리스케일·맥심·르네사스·도시바 순이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