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해 보이는 지하철 안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지하철 노약자 좌석의 빈자리를 향해 손잡이 봉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덤블링을 하며 돌진하는 한 백발의 할아버지 때문. 무협영화에나 나올 법한 할아버지의 황당 변신 모습을 목격한 한 시민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순발력 있게 담는다. 곧이어 이 시민은 달리는 지하철 속에서 KT 와이브로를 이용해 ‘믿거나 말거나’의 한 장면 같은 할아버지의 덤블링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려 인터넷에서 대박을 터트린다.
KT 와이브로가 최근 온라인에서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W브라더스’ CF 6편 에피소드 중 ‘지금 봉타러 갑니다’편의 일부다. W브라더스 홈페이지(www.wbros.co.kr)와 포털, 주요 거점 사이트에 포스팅된 이 6편의 ‘W브라더스’ CF 에피소드 공통점은 한 가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휴대 인터넷이 절실한 상황을 재미있게 설정해 놓고 ‘W브라더스’가 바람처럼 등장해 KT 와이브로를 선물해 줌으로써 생활의 편리를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녹아 있는 것이다. ‘와이브로 하라’는 이야기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지도 않았고 비주얼이 훌륭한 해외 촬영도 아닌 그렇다고 환상적이고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지도 않는 이번 광고의 매력은 평범한 일상 속의 다양한 소재에 ‘펀’ 요소를 덧입혀 표현한 점이다.
빠른 속도와 이동 중에도 끊기지 않는 대용량 서비스를 강점으로 하는 ‘나만의 인터넷’ 와이브로의 강점을 최대한 희화한 W브라더스에 일반인 모델의 과감한 캐스팅은 신선한 ‘펀 콘텐츠’ 완성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바람을 스치며 뛰어가고 있을 법한 헤어스타일이 범상치 않은 ‘뻑머리(스피드)’. 만화영화 둘리의 옆집 아저씨 마이콜을 연상시키는 옅은 스모키 분장을 한 펑크스타일의 ‘나가리(이동성)’. 그리고 70년대를 풍미했던 바가지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통통한 ‘타이어(대용량)’로 구성된 ‘W브라더스’ 3명의 코믹한 캐릭터는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이색적 비주얼로 어필하면서 빠른 스토리 전개를 가능케 한다.
이 밖에도 이번 광고의 핵심 요소는 타깃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광고인 점을 꼽을 수 있다. 웹2.0 세대를 타깃으로 특화시키고 오프라인 광고 집행을 과감히 거부한 채 의도적으로 온라인 광고만 집행한 점이 그 예다. 결국 ‘즐겁고 이색적인 콘텐츠는 내가 찾아간다’는 웹2.0 세대의 성향과 인터넷에서의 정보 공유화 확산 특징을 최대한 활용한 광고 집행의 묘미를 발휘해 젊은 누리꾼 사이에 입소문 효과를 야기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광고는 산타의 휴업 시위와 코스튬 플레이, BMW를 내걸고 진행했던 온라인 미션 게임 이벤트 등 광고 집행 전 진행했던 다양한 티저성 마케팅 프로그램과 연계선상에서의 메시지나 톤 앤 매너를 일치시킨 센스가 눈에 띈다. 광고의 특화 타깃을 미리 염두해 두고 그들이 능동적으로 광고를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된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KT 와이브로는 이 온라인 광고를 계기로 앞으로도 타깃 오디언스가 직접 와이브로의 유용성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동영상 형태로 포스팅하도록 동기 유발시키는 일련의 이벤트들을 준비 중이다. 다소 일방적이기도 한 ‘보는 광고’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의 일상과 연계시킴으로써 소통을 꾀하는 인터렉티브 커뮤니케이션을 추진하려는 전략이다. ‘와이브로 하라!’는 카피가 유독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정호진 제일기획 광고8팀 국장 hojin.jeo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