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 가고 2008년이 밝았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시작해보자.
C씨는 새해만 오면 새 계획과 각오들이 마치 뚜껑 열린 가마솥의 김처럼 모락모락 푸짐하게 피어오른다. ‘새해에는 결단코 절약해서 종자돈을 모으겠다’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겠다’ ‘외국어 학원을 등록한다’ ‘살도 10kg 빼야지’ 등. C씨는 매년 이런 계획을 세우지만 제대로 실천된 것은 거의 없다.
K씨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일마저도 예민하게 집착한다. 그래서 몸도 안 좋은 편이다. 새해에는 그런 신경 쓸 일이 안 생겼으면 하고 바라지만 살아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자기는 원래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그래서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새해를 맞고 있다.
습관이라는 것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몸의 습관뿐만 아니라 마음의 습관 역시 스스로 어쩔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상황이 많은 걸 보면 습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된다. 환자 중에 C씨처럼 행동습관을 못 바꾸고 옛것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도 바꾸고 싶고 그렇게 하면 되는데 ‘오랜 습관이라서’ 잘 안 된다는 것이다. K씨처럼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라서’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내 마음뿐인데 우리는 그것이 제일 어렵다고 느낀다.
일 년 중에 제일 가진 것이 없는 겨울을 보자. 그동안 이룬 것을 모두 버리고 씨앗만 간직한 채 고요히 있다. 겨울처럼 우리도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 버려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나의 습관이나 성격이라는 것도 기실은 내가 만들어 놓고서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그런 과거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제 과거는 말끔하게 버리고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돼보자. 매일 매순간 송구영신(送舊迎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