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혁신가’ 마크 허드 HP CEO 겸 회장(50)이 세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유력지 비즈니스위크가 ‘2007 올해의 사업가’로 주저없이 그를 택했다. 2005년 낙마한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의 바통을 이어받은 허드 CEO는 사실 공공의 주목을 피해 다니는 ‘은둔의 CEO’다. 좀 이름 있다 싶은 CEO라면 다들 기웃거리게 되는 세계경제포럼(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림)과 같은 유명 콘퍼런스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오직 한가지 업무만 있다. HP다.
그의 행보는 조용했지만, 성적은 화려했다. 2007년 HP 매출이 13.7% 오른 1043억 달러를 기록,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순이익도 17%나 올라 73억 달러를 달했다. 주가도 지난해 23% 상승한 51.36달러. 경쟁업체인 IBM이 13%, 델이 고작 2% 올랐다.
허드 CEO는 고전 경영학의 완벽한 본보기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체의 흐트러짐 없이 또박또박 걸어나간다.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면, 보이시(미국 아이다호주 최대 도시)부터 중국까지 전 사업팀을 끌고 다녔다. 반면, 디지털카메라 사업과 같이 넘버 1, 2가 아닌 사업은 과감하게 접었다. “장기 계획과 장기 전략에 집중해야 하고 나는 거기에 따르고 있다”는 게 허드 CEO의 설명이다.
그의 다수 ‘작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PC 사업의 부활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사양 사업으로 치부되던 HP PC 사업은 그의 품에서 알짜로 거듭났다. 부팅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자인, 유명인을 동원한 마케팅으로 HP PC는 일용품의 각박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급으로 대접받았다. HP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은 순 손실에서 3억4700만 달러 이익 부서로 변화됐다. 이 정도면 올해 허드 CEO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만족’인지도 모른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