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IT조직 개편작업이 기술·시장·산업 융합시대 흐름에 거스른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 IT 관련 행정기능을 하나로 모으고 호주와 미국이 통신·방송 규제 및 정책 기능을 통합해 IT 융합발전을 꾀하려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관련 기능을 분산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단 관련기사 참조
IT벤처기업연합회는 7일 1200여개 회원사 뜻을 모아 “IT 융합 분야 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려면 기술개발·표준화·제도정비·사업화 등을 총괄 추진할 정부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밝혔다. 서승모 회장은 “일본·러시아 등 40여개 나라가 IT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보통신부를 벤치마킹해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후퇴하려 한다”면서 “IT 산업정책기능을 전통 산업기능들과 통합하면 그동안 이뤄온 IT 강국 성과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최강국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도 “IT 관련 연구개발·콘텐츠·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융합현상이 심화하는데 정통부 업무를 분산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8일 IT정책 기능 분산에 반대하는 성명 광고를 시작한다.
실제로 일본은 △총무성(통신·방송) △경제산업성(IT산업) △문부과학성(콘텐츠·저작권) △내각부(IT전략본부) 등의 IT 관련 기능을 하나로 모아 ‘정보통신성’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은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10년 1월 ‘통신·방송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호주도 최근 독임제 행정기구(DBCDE)에 통신·방송, 정보화, 우정 정책 기능뿐만 아니라 통신방송사업자 면허, 주파수 할당, 내용 규제 등을 담당할 기관(ACMA)까지 관리하도록 개편했다. 미국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통신·방송 규제정책 수립과 집행을 포괄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도 “휴대인터넷(WiBro),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한국형 IT와 표준을 앞세워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그나마 어깨를 폈는데 관련 업무 분산으로 그동안의 성과가 사라질까 걱정된다”면서 “한국의 첨단 IT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미국과 유럽연합 일부 국가가 가장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분산·통합된다고 해서 그 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해당 업무는 보다 전문화된 형태로 진행돼 업무 축소 등의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김상용기자·이은용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