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산업과 정책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 축소를 기반으로 한 효율성 추구 못지않게 △전문성을 담보한 정부조직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흐름에 맞는 조직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IT 융합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산업은 기존 전통적인 관점으로는 접근이 어려운만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새 부대’에서 전담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IT 기반 기술이나 산업, 특히 융합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을 전통산업과 나란히 배치해 정책을 집행하게 되면 불균형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임기호 엠티아이 사장은 정보통신부 IT 산업진흥 기능을 산업부로 이관하는 것을 두고 “백화점에 작은 점포를 내는 것”이라고 비유한 뒤 “다른 산업들과 희석돼 IT가 뒷걸음질을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통·산자·문화의 역할분담 중요=통신방송을 합한 규제위원회 출범에는 이의가 없다. 남은 문제는 범IT에 해당되는 산업진흥과 정책을 어떤 형태로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다. 기존 정통부의 IT산업 진흥을 그대로 둔다고 전제할 때 산자부는 중소기업 진흥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다. 기존에도 중소기업 정책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단지 조성이나 기금을 통한 운영자금 지원이 주였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정부 지원은 WTO 체제에서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중소기업 지원 방법도 변화된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화부는 국정홍보처의 기능이 합해지는 게 기정 사실화돼 있어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콘텐츠 산업 정책 기능을 같이 갖고 가는 것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영화·미술 등 문화예술 산업과 체육·관광 등 전통산업 위주에서 디지털산업이 제대로 육성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방융합이 디지털콘텐츠의 융합을 전제로 한다면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전문성 필요하다=“전문성은 산업만 갖춰야 하나. 정책 서비스를 하는 정부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A통신사업자 CEO)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국가인 일본·중국도 규제·정책·진흥 역할이 한곳에서 이뤄지는데 미국이나 유럽식 논리만을 비교하는 건 위험하다.” (B 기관장)
“규제기관 하나 없어진다고 업계가 환영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통부 규제는 산업 육성을 고려한 속도조절을 전제로 했다.” (C통신사 전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통부의 업무 분산과 해체론에 대한 문제제기는 바로 ‘정책 전문성의 상실’을 우려한 목소리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IT를 통한 발전에는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하나의 부처로 각종 IT정책 기능을 집중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세계화 흐름에 맞춰 우리 IT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정 민영화도 큰 숙제=장기적인 우정업무의 민영화도 이번 정통부 해체론과 무관하지 않다. 새 정부는 우정 민영화를 앞당길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공사로 출발한 KT가 민영화하는 데, 포스코가 민영화하는 데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우정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공사로 전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책임을 가진 부처가 없는 상태에서 우정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란 주장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