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칩스는 지난해 휴대폰 멀티미디어 칩 시장에서 기대 이상 선전했다.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가량 증가한 24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텔레칩스는 전체 매출에서 휴대폰 멀티미디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0%에서 지난해 30%로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전체 매출과 순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3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한다. 지난해 매출은 85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 매출 예상액은 약 1150억원(1억3000만달러)이다. 지난해 팹리스 반도체 기업 중, 특히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 분야에서 이렇게 성장한 기업은 드물다. 여타 팹리스 기업들은 성장률이 낮거나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눈에 띈다.
서민호(45) 텔레칩스 사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파는 뮤직폰에 장착된 멀티미디어 칩, 펜택&큐리텔이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 만든 T-DMB폰에 장착된 칩, LG전자의 이탈리아 시장용 DVB-H폰에 탑재된 칩 등의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칩이 컨버전스(융합) 면에서 장점이 있었다. 또 텔레칩스의 조직이 안정적이고 한 번 한다고 말한 것을 대부분 지켜왔기 때문에 고객이 우리를 믿는다”고 설명했다.
텔레칩스의 키워드는 ‘변화’다. ‘변화를 만들고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자고 서 사장은 임직원 월례회의 때마다 말한다. IT산업에서는 기술과 제품이 수년 안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지만 적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 사장이 이처럼 변화와 적응을 중시하는 까닭은 중소 벤처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무척 어려워서다. 그는 “정보기술(IT)은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다. 기차가 플랫폼에 있을 때 타야 한다. 이미 일어난 변화를 따라가긴 힘들기 때문에 신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획득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 멀티미디어 칩 개발사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방안을 묻자 “팹리스 업체들의 규모를 키우고 독창적 매력을 갖춘 칩을 개발해야 글로벌 기업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아직은 준비가 안됐다고 본다. 거창한 전략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단계적 전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브랜드 인지도와 원가구조가 뒤떨어지는 중소 반도체 기업은 사장이 직접 뛰어야 사업이 된다. 특히 거대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일수록 책임질 수 있는 사장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사장은 한 달 중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중국에 출장을 간다. 지난해 말엔 선전에 있는 중국사무소에서 일할 현지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중국과학기술대와 복정대 등을 돌며 직원을 채용했다. 중국사무소 직원은 17명으로 대부분이 현지인이다. 장기적으론 한국의 인력증가율을 연 10% 이내로 억제하고 해외 연구소 인력을 국내 연구소보다 늘릴 계획이다.
서 사장은 “다국적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선전에 세운 연구소들에서는 수천명이 일한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앞으로 수년 안에 중국 주요 도시의 인건비가 한국 수준으로 오를 것이다. 능력있고 인건비가 낮은 엔지니어들을 중국 내륙지역에서 적극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