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 결정 이후 새 정부하의 재계 판도가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산은을 포함해 산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증권·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하이닉스 등 분야별 업계 1, 2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매각을 전제로 한 예측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은 민영화는 금산분리정책 완화 등 이명박 당선인의 금융개혁 의지와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재계 판도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예측이 실현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이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산은과 대우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되는 거대 투자은행의 향배다. 이 투자은행을 가져가게될 곳은 몇몇 거대 기업집단밖에 없고 이 기업집단은 곧 국내 최대 기업군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건설 경영권 향배 자체가 업계 순위 몇 단계 정도는 가볍게 변동시킬 수 있다. 하이닉스도 관심사다. LG그룹의 재인수설 등 그동안 많은 관심을 끌어왔듯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인수위는 산은 지분의 최대 49%까지 매각할 방침이다. 5년에서 7년에 걸친 단계적 민영화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쉽지 않은 여정이 될 전망이다. 49%를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에서 무려 20조원가량을 들여 인수에 나설 곳이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또 매각이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 등의 기업은 이미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구조조정을 마친 지 모두 1∼2년이 넘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6년 5월, 하이닉스는 200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동안 뚜렷한 이유 없이 지연됐던 매각이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으나 산은 민영화 변수가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인수위는 8일 매각 시점을 산은과 대우증권을 묶은 지주회사 출범 이후로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제로 산은이 14.69%의 지분을 보유 중인 현대건설은 매각일정이 연기될 것이란 우려에 주가가 8% 넘게 하락했다. 대우증권·대우조선해양·하이닉스 주가도 급락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