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존립을 놓고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야말로 정통부 존속 필요성을 대변한다. IT라는 산업은 단일 업종이 아니다. 통신과 같은 전통적인 영역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융합 시장까지 그 포괄 범위는 수십개 업종에 이른다. 이 산업을 어떻게, 어디에서 육성하고 지원할지, 그 산업 안에 존재하는 이들의 우려가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IT를 산업 한 축으로 몰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IT 주무부처의 기능을 산업별로 분리해 수행하도록 한다면 ‘정보통신의 죽음’이 도래할 것. 디지털 시대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아날로그식 부처 개편안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의 변이다.
특히 통신·방송·콘텐츠 등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가치 사슬이 IT산업 내 존재한다. 이런 IT의 선순환 구조를 전문적으로 잡아나가야 전 산업에서 이뤄지는 융합 현상을 전문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산업자원부로 IT산업을 통합한다는 안은 옛날 방식으로 첨단 산업을 하겠다는 얘기”라며 “이렇게 되면 조직이 비대해져서 IT산업의 속도감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벤처 신화의 대표 주자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도 정통부 존속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 사장은 “일관된 정책의 필요성은 물론이고 특히 경제·산업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IT 주무부처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범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아 SW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에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조 사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경쟁력’”이라며 “이번에 부처 개편이 이루어지면 최소한 5년, 그 이상이 갈 텐데 이 기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기호 엠티아이 사장은 정통부 IT 산업진흥기능을 산업부로 이관하는 것을 백화점에 작은 점포를 내는 데 비유한다. 임 사장은 “유명 브랜드 단독 점포를 서울 유명 패션거리에 내는 것과 백화점 여러 점포 가운데 하나로 배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IT를 제대로 이해하고 시장과 산업에 도움이 될 진흥계획을 세우려면 정통부처럼 전문화한 행정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국내 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무엇인가를 만들어 해외에 팔 수 있는 게 있는가”라고 물은 뒤 “IT 중소기업에 집중하고 특화한 정책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점에 기능을 분산하는 것은 나중에 후회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